미국은 피부색이나 인종 등의 기준에서 소수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차별철폐조처(Affirmative Action)를 시행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미국에서 흑인들이 받은 차별 대우는 카스트 제도가 오랫동안 지속돼 온 인도의 불가촉천민(dalits)이 받아온 차별 만큼이나 명백합니다. 이들이 자라온 열악한 환경을 고려해 경쟁에서 가산점을 주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산점을 얼마나 줘야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부 미국 대학의 경우, 차별철폐조처 덕분에 흑인 학생들은 아시아계 학생들보다 SAT 점수가 450점이나 낮아도 합격할 확률이 비슷합니다. 이는 아시아 학생들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한 조건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흑인 학생들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차별철폐조처 때문에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도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던 흑인 학생들이 막상 입학한 뒤 교과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자퇴하거나 낙제하는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혜택을 받는 집단이 세월이 흐를수록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흑인, 라티노,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소유한 기업에게만 혜택을 주던 한 정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 인종, 민족은 전 세계 33개 국가 출신으로 늘어났습니다.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 하에서 차별 받아온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도입한 차별 철폐 정책의 혜택이 국민의 절반 이상인 60%에게 돌아가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렸지만, 이런 제도나 법은 한 번 시행되면 좀처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최근 텍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의 입학 심사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 백인 지원자가 자신이 차별철폐조처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을 당해 일부 합격자보다 더 높은 시험점수를 갖고도 떨어졌다며 소송에 나선 겁니다. 학교 측은 지원자들의 시험점수 뿐 아니라 학내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인종간 비율을 맞췄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는 피부색이 다르면 반드시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결정입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재능을 충분히 꽃피울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이나 집단에 혜택을 주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이고 좋은 정책입니다. 하지만 피부색은 더이상 학생들이 자라온 환경을 정확히 반영하는 척도가 아닙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딸들이 대학교에 입학할 때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가산점을 준다면 이는 절대로 공평한 처사가 아닐 겁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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