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1톤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는 3.9달러에 거래되었는데, 이는 가격이 제일 높았던 2008년과 비교했을 때 1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해 온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계속 곤두박질 치는 건 현재의 제도가 지구 온난화 방지에 꼭 필요한 탄소 배출량 감소를 적절히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식적으로 유럽연합 배출권(European Union Allowances)이라고 불리는 이 거래시장은 배출권 자체가 과잉 공급되어 있는 데다 유럽의 정치,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유럽 의회에서 과잉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배출권 규모를 줄이는 법안이 상정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고, 이날 표결 10분만에 배출권 가격은 5유로에서 2.63 유로로 폭락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해 배출권 거래 규모는 620억 유로에 그쳐 2011년 960억 유로보다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배출권 거래의 90%가 유럽에서 이뤄지고 있고 북미대륙에서의 거래는 1% 이하입니다. 헤지펀드나 금융 기관들은 탄소배출권 거래 증가에 대비해 늘렸던 인력들을 다시 대거 감축하고 있습니다. 2005년 처음 배출권 거래가 시작되었을 때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의 비용을 늘려 각 산업 분야가 화석연료 대신 대체에너지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결점 때문에 현실은 목표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기업들, 그리고 폴란드와 같은 탄소배출권 자체에 회의적인 나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탄소 배출권은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할당되었고, 유럽 경제 위기로 산업활동이 줄어들자 유럽 대륙에서 탄소 배출량 자체가 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출권이 과잉 공급되면서 이는 배출권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권 시장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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