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Economy / Business

반박당한 유명 경제학 페이퍼들의 역사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라인하트(Carmen Reinhart)와 로고프(Kenneth Rogoff)가 발표한 GDP 대비 부채 비율과 경제 성장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의 오류를 다른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제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경제학 논문에서 황당한 실수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정년을 보장받은 정교수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인 조작이라기보다 단순한 실수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입력하고 코딩을 하는 대학원생 연구 조교(research assistant)들의 실수라고 지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임 전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비교우위를 믿는 경제학 교수들은 데이터나 코딩, 단순한 회귀분석의 경우 대개 대학원생이나 학부생에게 맡기기 때문에 이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최근 발표된 유명한 논문에 사용된 데이터가 비판을 받거나 논쟁을 야기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존 도노휴(John Donohue)와 스티브 레빗(Steve Levitt)이 2001년 발표한 페이퍼는 미국 연방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판결인 로 대 웨이드(Roe v. Wade)가 실제로 범죄율을 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페이퍼는 방법론과 데이터 선택, 그리고 코딩 실수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도노휴와 레빗 교수는 나중에 코딩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2. 시카고 경영대학의 에밀리 오스터(Emily Oster)교수는 2005년에 발표된 박사논문에서 B형 간염이 어떻게 출산 성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고, 이를 왜 아시아에서 신생아의 경우 남자아이에 비해 여자아이의 비율이 낮은지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아마타야 센(Amartya Sen)과 같은 개발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이론과 반대되는 설명이었습니다. 나중에 오스터 교수는 다른 데이터를 사용해서 자신이 박사 논문에서 주장했던 것을 뒤집는 페이퍼를 발표했습니다. 프리코노믹스(Freaconomics)의 저자이자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스티브 레빗은 오스터 교수가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논문에서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3. 교육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스탠포드 대학의 캐롤라인 혹스비(Caroline Hoxby)교수의 페이퍼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2000년 페이퍼는 학생에게 학교를 선택할 권한을 더 많이 줄수록(= 더 많은 숫자의 학군)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지역의 학군(school district) 숫자를 측정하기 위해 혹스비 교수는 개울(stream)의 숫자를 이용했는데, 역사적으로 학군을 나눌 때 개울이 기준이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 결과는 미국의 교육 논쟁에서 공화당이나 보수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바우처(Voucher)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프린스턴의 경제학자인 제시 로스슈타인(Jesse Rothstein)은 데이터를 재검토(replicate)한 결과 혹스비 교수 논문과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스비 교수가 너무 자의적으로 개울의 숫자를 셌다고 비판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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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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