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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정책 기반이 된 로코프-라인하트 논문, 엑셀 실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국가 부채가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미래의 경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했고 이는 긴축 재정(austerity)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몇몇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신념의 기반을 제공한 연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매사추세츠대학-앰허스트(Amherst)의 경제학자 세 명은 2010년 하버드의 라인하트(Carmen Reinhart)와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쓰인 데이터에서 아주 기본적인 실수가 발견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의 경제성장과 부채 비율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에 따르면 부채가 GDP의 90%이하인 경우는 경제성장과 부채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그 비율이 90% 이상이 되면 부채가 늘어남에 따라 중위(median) 경제 성장률이 1%씩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은 이 결과를 부채와 경제성장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고, 따라서 부채 비율이 임계점인 GDP의 90%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 의장인 폴 라이언도 국가 재정 삭감을 주장할 때 이 논문 근거로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의 결과를 재검토(replicate)하기 위해 라인하트와 로고프 교수가 쓴 데이터를 분석한 메사추세츠대학의 경제학자들은 세 가지 중요한 오류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첫 번째는 라인하트-로고프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같이 높은 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한 국가들을 분석에서 제외시켰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라인하트-로고프가 나라들 사이의 부채와 경제성장 사이의 평균값을 낼 때 통상적이지 않은(unconventional) 방법으로 계산했다는 겁니다. 셋째로 엑셀에서 다섯 개 나라를 제외시키는 단순한 실수를 범했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실수’를 보정해서 결과를 내봤더니, 실제로 부채 비율이 GDP의 90% 이상인 국가들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0.1%가 아니라 2.2%였다는 겁니다. 즉, 높은 부채 비율은 많은 경제 정책 결정자들이 생각해온 것처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페이퍼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진보주의자들은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단순한 실수로 도대체 몇 명이나 실업자가 된 것이나며 비아냥거렸고, 노벨경제학상 수장자인 프린스턴의 폴 크루그만 교수 역시 그의 블로그 제목을 “엄청난 코딩 실수”로 달았습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들은 제기된 문제가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판단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인하트-로고프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은 IMF나 OECD가 다른 데이터를 이용해서 발표한 페이퍼에서도 높은 부채 비율과 낮은 경제 성장의 관계는 명확했다며 이번 논쟁이 자신들의 시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메일 성명서에서 라인하트와 로고프 교수는 제기된 수학적 실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한 페이퍼를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NYT, Business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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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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