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언론사들이 보스턴 마라톤 폭발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느라 분주한 가운데, 아마도 이번 사고에 가장 가슴 아파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보스턴의 대표 지역지인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일 겁니다. 사고 다음날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불의에 결연히 맞서겠다는 결의를 담은 보스턴 글로브의 사설을 소개합니다. (Newspeppermint 원칙과 달리 전문을 번역해 소개합니다.)
After Marathon attack, fellowship must prevail (폭탄 공격 이후, 보스턴에는 동료애와 연대의식이 가득하다)
보스턴은 아픔을 간직한 도시이다. 비콘힐(Beacon Hill) 뒷편에는 남북전쟁의 영웅 로버트 굴드 쇼(Robert Gould Shaw) 대령의 “정의로운 기억은 축복 받는다”는 명언이 새겨져 있다. 492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코코넛 그루브(Cocoanut Grove) 나이트클럽의 화재 참사가 일어났던 현장은 보스턴 시민들에게 ‘잿더미 속에서 다시 일어난 불사조’를 상징한다. 시내 중심에 있는 공원의 기념비에 적힌 9.11 테러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메사추세츠 사람들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참을 줄 알고, 기회가 왔을 때 분연히 일어나 자유를 위해 싸웠던 동료 시민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마음가짐은 독립전쟁의 격전지인 벙커힐부터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났던 항구에 이르기까지 보스턴이라는 도시의 결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스턴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행사에서 일어난 어제의 참극은 시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어제 숨지고 다친 이들은 보스턴 마라톤의 영예와 함께 전 세계 마라톤사에 가장 보스턴답게 기억될 것이다.
독립전쟁의 포문을 연 중요한 날을 기리는 메사추세츠 주의 휴일 애국자의 날(Patriot’s Day) 열리는 마라톤이라 더욱 뜻깊은 게 보스턴 마라톤이다. 어제의 날씨는 전형적인 이맘때의 보스턴 날씨였다. 보스턴 시민들에게 최고의 마라토너들은 물론 자신과의 싸움에 당당히 도전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응원할 수 있는 마라톤 대회는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폭탄이 터진 보일스톤(Boylston) 거리 주변에는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할 곳들이 많다. 결승선 바로 옆에 위치한 보스턴 공립도서관은 건축적 가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근대 도시의 핵심적인 기능인 시민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상징적인 곳이다.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있는 프루덴셜 센터(Prudential Center)는 상업 중심지이자 한때 잠시 쇠퇴하던 보스턴을 경제적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 곳이다. 그리고 바로 옆 블록의 예쁜 가게와 맛있는 식당이 줄지어 선 뉴버리(Newburry) 거리까지 두 차례 폭발로 아수라장이 됐던 곳은 다름 아닌 보스턴의 심장부인 셈이다.
보스턴 마라톤은 중요한 자선 행사이기도 하다. 수많은 참가자들이 기록보다도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비 마련 등 자선단체 모금행사의 일환으로 레이스에 도전한다. 이런 참가자들의 존재는 어느덧 보스턴 마라톤의 자랑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마라톤 행사를 표적으로 삼은 범인, 또는 범죄조직은 보스턴이라는 도시가 가진 불굴의 정신과 평생을 맞서야 할 것이다.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범죄에 맞서, 보스턴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Boston Gl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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