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부자 소득세율 75%의 늪에 빠져버린 프랑스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프랑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연소득 1백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소득세율 75%를 적용하겠다고 했을 때 사회당 내부에서도 놀란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이 부자들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율도 57%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부자들을 가만두지 않는’ 정책은 선거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카드였고, 올랑드 대통령은 소득세율 75% 공약을 중심으로 공산당 표까지 흡수하며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당선이 된 뒤 과도한 공약이 올랑드의 발목을 잡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세수를 실제로 늘려주는 효율적인 조세정책도 아닌 정치적 공약은 오히려 사회당과 올랑드 대통령이 반(反)기업 정책의 화신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버렸습니다. 여기에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소득세율 75%는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최고 법원이 지난달 개인에게 징수하는 세금의 세율은 66.6%를 넘을 수 없다고 못을 박자 올랑드 대통령은 75% 세율을 유지하되 세금을 개인이 아닌 급여를 주는 기업에게 물리겠다는 방안을 발표합니다. 당장 반발이 들끓었습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세금을 내줄 회사가 없다며 반발했고, 예외 적용을 받으려는 기업이나 단체가 줄을 설 거라는 우려도 금새 현실이 됐습니다. 정부는 변호사나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등 개인에게는 75% 세율을 적용하지 않겠다면서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에 신음하고 있는 축구 클럽들에게는 예외 없이 75% 세금을 거둬가겠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했습니다.

지난해 대선에서 잠시 바람을 일으켰던 좌파 정치인 멜렝숑(Jean-Luc Mélenchon)의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정책에 얽매이는 이유는 조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세금으로 부자들을 심판하거나 징계를 주려고 해서는 안 되요. ‘징벌적 조세’의 개념보다 필요한 건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는 겁니다.” (Economist)

원문보기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궁지 몰리면 무력 충돌 불사할 수도”… 양안 분쟁 발발하면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20일) 취임했습니다. 4년을 쉬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질서에 몰고…

23 시간 ago

[뉴페@스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 사람이 트럼프의 미래일까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4 일 ago

“불리한 여론 뒤집으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뒤에서 웃는 시진핑·푸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언급한 적 없다가 당선된 뒤 꺼내 든 의제 가운데 가장…

5 일 ago

[뉴페@스프]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 보건 수장 되다… “인신공격은 답 아냐”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주 ago

“LA 산불 반복되는 과학적 이유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트럼프·머스크”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LA 일대에서 난 산불로 큰 피해가 났습니다. 사망자도 20명을 넘었고, 강풍에 불길이…

1 주 ago

[뉴페@스프]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