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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종파간 균형 붕괴 위기

레바논은 17개에 이르는 다른 종파가 권력을 분점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해야만 균형이 유지되는 체제이기도 합니다. 1975년 이 신뢰와 균형이 깨지며 시작된 내전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등 이웃 국가들이 군대를 몰고 와 레바논 영토에서 대결하는 비극을 낳기도 했습니다. 15년 동안 내전을 치른 뒤 어렵사리 회복했던 종파간 신뢰와 균형이 이웃 시리아에서 계속되는 내전과 난민의 유입 속에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레바논은 정부의 각 요직을 어느 정파가 맡아야 할 지를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총리는 이슬람교 수니파가,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가,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맡습니다.

아슬아슬하게 균형이 이어져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시아파 헤즈볼라의 힘이 눈에 띄게 강해졌습니다. 군사조직이자 정당이기도 한 헤즈볼라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는데 내전이 격화되면서 레바논 내 기독교인들도 친 아사드와 반 아사드 세력으로 갈라졌고, 수니파들은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긴 하지만 단결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니파의 미카티(Najib Mikati) 총리가 지난달 22일 돌연 사임했습니다. 오는 6월 예정된 선거를 앞두고 시아파는 전통적으로 수니파가 맡아온 내무부장관과 경찰청장 임명 과정을 문제 삼으며 수니파를 점점 몰아세우고 있었는데, 수세에 몰린 수니파에 힘을 실어주고 균형을 맞춰야 할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 겁니다. 대통령이 선거 때까지 임시 내각을 책임지며 상황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끝나지 않는 시리아 내전 상황과 맞물려 레바논의 정국은 더욱 더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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