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은 미국 내 건포도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는 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 대법관은 위헌 여부와 관계 없이 농산물 유통법(Agricultural Marketing Agreement Act)은 “세상에서 가장 낡은 법”이라고 말합니다. 1940년대부터 미국의 건포도 농가들은 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건포도 위원회(Raisin Administrative Committee)라는 정부 산하 단체에 공짜로 양도했습니다. 건포도 업계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위원회의 임무는 이듬해 수요를 예측해 거두어들인 건포도를 시장에 다시 내놓거나 해외로 수출하는 일이었습니다. 업무 비용을 다 뽑고 남는 판매 수익은 농가들에게 돌려주도록 되어 있는데, 반대로 위원회의 실적이 좋지 않은 해에는 농가로부터 추가로 돈을 거둬가기도 합니다. 위원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건포도 재배 농부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2003년에는 수확량의 47%, 2004년에는 30%를 갖다 바치기도 했습니다. 65년 전에 농부들이 모여 해당 법을 집행하는 데 합의한 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긴 세월이 흘러 이제는 구닥다리 규정이 되어 농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감귤, 호두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를 진작에 폐지시켰습니다.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은 건포도 위원회를 두고 “(정부가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단체가 있다면 날강도 취급을 받으며 처벌 받았을 것”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1937년에 만들어진 법 자체의 위헌 여부가 아니라 위원회가 건포도 농가에 돈을 지불하지 않고 수확물을 거두어들이는 게 합당한지 여부일 뿐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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