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세계

獨 “아젠다 2010” 10년의 성적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독일은 “유럽의 환자”라 불렸습니다. 경제활동 인구의 11.6%나 되는 4백만 명이 실업수당을 받고 있었습니다.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명분 아래 “아젠다 2010″이라는 과감한 개혁 정책을 입안합니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을 개정해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늘리는 등 노동시장 유연성을 제고했습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중복 지급되던 실업수당도 일원화하고, 실업수당 지급 기한도 기존 24~32개월에서 12~18개월로 대폭 줄였습니다. 노조는 물론이고 당의 근간을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사민당 내부에서부터 반발이 거셌지만 슈뢰더 총리는 뜻을 꺾지 않았습니다. 2005년 우파 정당인 기민당이 집권한 이후로도 아젠다 2010 기조는 계속해서 유지됐습니다.

그 누구도 현재 독일을 “유럽의 환자”라 부르지 못할 겁니다. 노동인구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특히 청년실업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무엇보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전체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공이 ‘아젠다 2010’ 덕분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안정된 물가나 꾸준한 수출 수요 등 독일 경제를 뒷받침하는 성공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젠다 2010이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비판도 여전합니다. 반대로 육아와 병행하는 데 적절하다는 이유 등으로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수요 자체가 늘었을 뿐 아젠다 2010 때문에 일자리의 질이 떨어진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관계야 어찌 됐든 슈뢰더 총리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 받은 사민당은 올 가을 총선을 준비하며 아젠다 2010의 성과를 떳떳하게 내세우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Economist)

원문보기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Recent Posts

“궁지 몰리면 무력 충돌 불사할 수도”… 양안 분쟁 발발하면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20일) 취임했습니다. 4년을 쉬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질서에 몰고…

1 일 ago

[뉴페@스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이 사람이 트럼프의 미래일까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4 일 ago

“불리한 여론 뒤집으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뒤에서 웃는 시진핑·푸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언급한 적 없다가 당선된 뒤 꺼내 든 의제 가운데 가장…

5 일 ago

[뉴페@스프] ‘백신 음모론자’가 미국 보건 수장 되다… “인신공격은 답 아냐”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주 ago

“LA 산불 반복되는 과학적 이유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트럼프·머스크”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LA 일대에서 난 산불로 큰 피해가 났습니다. 사망자도 20명을 넘었고, 강풍에 불길이…

1 주 ago

[뉴페@스프] ‘예스맨의 절대 충성’ 원하는 트럼프…단 하나의 해답 “귀를 열어라”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1 주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