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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전 총리 암살사건 법정의 증인 보호 실태

2005년 레바논의 전 총리 라픽 하리리가 자동차 폭탄으로 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2009년 특별 법정이 문을 열었지만 첫 재판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던 중, 한 신문이 잠재적 증인들의 신원을 공개해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헤즈볼라와 가까운 사이인 유명 일간지 알 아크바르(Al Akhbar)가 두 차례에 걸쳐 증인들의 얼굴과 이름, 직장 등 신상 정보를 지면에 실어버린 것입니다. 이제 증인들은 두려움과 압박감으로 입을 다물 것이고, 검찰 측의 주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정의 권위도 의심 받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실제로 재판이 계속 연기된 배경에도 이 재판이 오히려 레바논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충돌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알 아크바르의 편집인은 독자들의 알 권리를 이야기하면서도 정보 공개가 헤즈볼라를 타겟으로 한 국제사회의 음모에 대응하는 수단이었다며 정치적인 목적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를 테러 조직으로 인정하라며 EU를 설득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헤즈볼라의 유럽 내 활동은 큰 제약을 받게 됩니다.

증인들의 안전은 국제 재판정에서 늘 문제가 되는 사안입니다.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관련 국제 재판정에서도 일부 변호인과 기자들이 증인들의 이름과 증언 내용을 공개했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으며, 신원이 공개된 후 출석을 취소한 증인들도 있습니다. 국제 재판정에도 증인 보호 프로그램은 있지만, 프로그램을 직접 시행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법 집행 기관입니다. 레바논 전 총리 암살 사건의 재판정도 안전상의 이유로 네덜란드에 설치되었지만, 잠재적 증인들의 신원이 공개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마당에 조속한 진행은 힘들어 보입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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