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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친영파 시위의 사회경제적 의미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는 지난 6주 간 영국 국기 게양을 둘러싼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녁마다 시위대가 도로를 장악하는 통에, 버스 노선이 바뀌고 시민들의 퇴근 시간이 앞당겨질 정도입니다. 시위대의 규모는 최대 2천 명에 달하고, 대부분의 경우 평화롭게 진행되지만 벽돌과 화염병이 등장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약 100명이 체포되었고, 경찰 내 부상자 수도 60명을 넘어섰습니다. 발단은 벨파스트 시의회가 시청 영국 국기 게양일을 1년에 20일 정도로 제한하는 조례를 통과시킨 것이었습니다. 북아일랜드에서 영국 국기인 유니온기는 각별한 정치적 의미를 갖습니다. 북아일랜드가 영국에 속해 있고, 앞으로도 그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거리로 나선 쪽은 국기 게양 제한에 반발한 친영파(Loyalist)입니다. 이번 시위에는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친영파와 반영파 간의 뿌리깊은 정치적 갈등 외에도 다른 배경이 있습니다. 가난한 벨파스트의 프로테스탄트 교도들이 카톨릭 교도들에게 느끼는 경제적 박탈감이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위대는 국기 게양에 대한 조례 철폐만을 요구할 뿐, 영국 직접 통치로 돌아가자는 정치적인 주장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인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번 사태는 더욱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북아일랜드에서는 양쪽의 정치인들이 각자 지지층을 잘 컨트롤하면서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를 수립했기 때문에 위태로운 평화나마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뚜렷한 리더도, 정치적 주장도, 협상 의지도 없는 시위대에게는 정치인들의 설득이 통하지 않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북아일랜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영국 정부가 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영국 정부의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이와 같은 해결책을 쓸 수도 없습니다. 2008년의 금융 위기 이후 북아일랜드의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이번 시위가 사그라들어도 그 불씨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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