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기 내각의 첫 국방장관 자리에 공화당 소속으로 12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척 헤이글(Chuck Hagel)을 지명했습니다. 헤이글이 국방장관으로 임명되면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 가운데 첫 국방장관이 됩니다. 헤이글은 베트남전 참전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휴대폰 사업과 투자은행 대표로 일하며 많은 부를 쌓은 뒤 1996~2008년 사이 네브라스카 주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재직했습니다.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으로 일하면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 동료 의원으로 일할 때 오바마의 중동 방문을 비난한 맥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를 향해 오히려 오바마의 애국심을 근거 없이 폄하하지 말라며 오바마를 변호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온 의회가 전쟁의 광풍에 휩싸여 있을 때는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내 회의적으로 돌아서 군 병력 증파를 요청한 부시 대통령의 법안에는 잇따라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헤이글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먼저 공화당은 헤이글 지명자가 부시의 전쟁에 사실상 줄곧 반대해 왔고, 이란에 대한 제재에 미온적이었다는 등의 이유로 연일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 정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 유대인 로비단체들은 헤이글 지명자가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명하는 데 반대했고,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며 임명 반대 로비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이글 지명자는 이스라엘 국방예산 지원안이나 하마스 제재 등 주요 사안에 있어서는 충분히 친이스라엘적인 표를 던져 왔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헤이글 지명자가 1990년대에 동성애자의 군 복무에 반대했던 발언을 문제 삼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헤이글 지명자는 최근 자신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동성애자의 군 복무를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이변이 없는 한 헤이글 지명자에 대한 인준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12년간 공화당 소속으로 일한 참전용사의 장관 임명에 오바마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건 말처럼 쉽지 않은 데다 헤이글을 탐탁잖게 여기는 민주당 의원들 또한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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