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st紙가 한국 대선 이후 박근혜 정권의 정책 방향을 짚어보는 짧은 기사를 실었습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선거운동 기간 구호 가운데 ‘여성 대통령’이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준비가 되었는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대선기간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라는 다소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어쨌든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민주화는 재벌 개혁과 복지정책 확충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인 박정희가 권위주의 정권 시절 특혜를 주며 키운 것이 재벌이지만, 박 당선인은 전경련 총수들과의 만남에서 고통분담과 개혁을 주문했습니다. 각종 탈세와 경제 범죄에 유난히 관대했던 처벌 관행도 박 당선인의 의지대로라면 바뀔 것입니다. 복지정책 확충을 위한 소위 “박근혜 예산안”도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해 2조 4천억 원의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대외정책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험 무대가 될 것입니다. 우선 이명박 정권 하에서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입니다. 중국 정부의 탈북자 송환 문제, 중국 어선의 서해상 불법 조업 문제 등은 양국 간에 마찰이 예상되는 지점인 동시에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경우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외교 안보의 가장 핵심적인 기초로 삼는 노선은 이명박 정권과 다르지 않을 전망인데, 미국의 MD 체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할 경우 중국을 크게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한일 관계는 더욱 어렵습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크게 경색된 가운데 일본에는 극우 성향이 더욱 짙어진 아베 총리의 자민당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아베 총리가 지난 199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과와 유감의 뜻을 밝혔던 노선을 폐지라도 할 경우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당선인의 아버지 박정희는 일본 제국주의의 황군 소속 장교로 만주에서 근무하며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박정희의 과거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일 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지켜볼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사실상 마비된 남북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인도적 지원과 소규모 경제협력부터 시작할 생각이라며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협력에 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신년사설을 통해 북과 남의 대결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요구하는 기존 남북 정부의 합의사안을 지키는 데 박근혜 당선인이 별 의지가 없기 때문에 극적인 진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계속해서 핵개발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경우 박근혜 정권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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