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아랍권의 거물 매체 알자지라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창립한 미국의 케이블 채널 커런트TV를 인수해, 오랜 숙원이었던 미국 안방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카타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알자지라는 이미 영어 채널을 갖고 있고,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때 워싱턴 정계의 ‘고정 채널’이었지만, 알카에다의 메시지를 방송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일반 대중에게도 막연히 ‘테러리스트 방송’이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뉴욕과 워싱턴 등 소수를 제외한 미국 전역에서 케이블 업체들의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알자지라는 미국 내의 이와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로비와 탄원 활동을 진행하면서도 그간 거의 성과를 보지 못하다가, 이번 인수로 단번에 4천만 명의 잠재 시청자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알자지라는 채널명을 ‘알자지라 아메리카’로 잠정 결정하고, 기존 영어 방송과는 차별화하여 60%를 미국 현지 제작 프로그램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매체들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해 미국 언론 지형의 빈틈을 메꾸겠다는 비전인데, 미국 내 국제 뉴스 수요 자체가 제한적인 것이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편, 대안적 진보 매체를 자처하며 7년 전 출범한 커런트TV는 MSNBC의 간판 앵커를 영입하는 등 분투했지만 낮은 시청률로 고전해왔습니다. 5억 달러 규모의 인수 후에도 앨 고어와 공동 창업자인 조엘 하얏트는 새 알자지라 채널의 자문이사로 남게 되는 반면, 커런트TV 기존 직원의 일부는 고용 승계를 보장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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