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 10년은 전쟁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기 나라 군인들을 머나먼 전장으로 보내 목숨 걸고 싸우게 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부담스러운 결정입니다. 자연히 한 나라의 정규군을 대체할 수 있는 용병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어느덧 용병 시장은 110조 원 규모로 커졌습니다. 지금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엔 미국 정부가 고용한 용병 2만 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용병의 70%는 미국과 영국 회사가 공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시대가 저물면서 용병 회사들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고객인 정부의 수요가 줄어들자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서 시추 작업을 하는 석유회사나 경비가 중요한 고급 호텔들까지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용병회사 가운데 하나인 Academi(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 17명을 학살해 용병의 문제점을 만천하에 알렸던 회사이기도 합니다. 당시 이름은 Blackwater)는 현재 9:1 비율인 정부 대 민간 고객 비율이 머지 않아 5:5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용병들에게 중요한 건 자유나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가 아니라 돈이라는 데 있습니다. 보수만 두둑히 챙길 수 있다면 독재자든 악덕 기업이든 마다하지 않는 게 용병의 생리입니다. 용병 시장이 커질수록 정규군의 역할이 줄어들어 한 나라가 갖춰야 할 국방력을 잠식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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