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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지방선거에서 ‘아옌데의 아이들’ 약진

지난 일요일 칠레 전역에서 345개 기초자치단체장과 2,224개 지방의회 의원직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눈여겨 볼 만한 사항 몇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 살바도르 아옌데 前 대통령의 손녀딸인 사회당의 마야 페르난데스 아옌데 후보가 중도우파 후보를 누르고 수도 산티아고 누뇨아구청장에 당선됐습니다. 아옌데는 세계 최초로 투표를 통해 국가수반에 당선된 사회주의자였지만,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옌데의 부통령이었다가 군부정권 하에서 옥고 끝에 숨진 호세 토하의 딸 카롤리나 토하도 극우 정당 후보를 누르고 산티아고 중구청장에 당선됐습니다. 프로비덴시아구에서 16년 동안 구청장 자리를 지켜 온 피노체트 군부정권의 정보기관장 출신 크리스티안 라베도 패배했습니다. 중도우파 여당연합은 37%, 범좌파 야당들은 43%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 지난해 칠레 학생들이 대대적으로 무상교육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번 선거는 당시 시위에 참여한 많은 젊은이들이 첫 투표권을 행사한 선거였고, 실제 이들의 표가 개혁의지를 억누르려 했던 보수여당을 심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 칠레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중대한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했습니다. 우선 처음으로 유권자 자동등록제를 실시했습니다. 따로 유권자 등록을 할 필요 없이 우리나라처럼 주민등록상 기록을 토대로 모든 성인을 자동등록한 결과 1,700만 인구 가운데 유권자 수는 지난 선거(810만 명)보다 5백만 명이나 늘어난 1,340만 명이었습니다. 의무투표제가 폐지되어 투표하지 않아도 벌금을 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과거에는 의무투표제 탓에 아예 벌금을 내기 싫은 유권자들이 등록조차 하지 않아 투표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번 선거의 투표율도 일부 지역에선 20%에도 못 미치는 등 높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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