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경제위기는 프랑스 굴지의 기업들도 휘청이게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웃 독일의 경제를 튼튼히 떠받치고 있는 Mittelstand(중소기업)에 주목해 벤치마킹을 시작했습니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프랑스보다 두 배나 많습니다. 올랑드 대통령은 독일의 KFW(2차대전 이후 경제재건을 위해 설립한 은행)를 따라 관련기관을 통합해 공공투자은행을 설립했습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전후 독일의 경제재건을 주도했던 루드윅 에르하르트 전 재무장관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Mittelstand는 경영이나 노동에 임하는 자세의 문제입니다.” 독일은 전후 재건 과정에서 지멘스나 다임러 등 대기업을 철저히 배제했습니다. 이들이 나치에 부역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족경영 소기업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중소기업을 지원해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반면 프랑스 정부는 앞선 원자력 기술이나 항공우주산업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 뿐 아니라 파리 중앙정부에 기업정책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독일 기업들을 지원하는 건 주정부와 지역 은행들입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굴러가는 셈이죠. 규모도, 체질도 이렇게 다르다 보니 프랑스 기업문화가 독일보다 더 관료적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을 간소화하는 개혁이야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기업문화와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는 일은 프랑스에게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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