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마주(Kalamazoo)는 미국 미시건 주에 위치한 인구 7만 5천 명의 작은 공업 도시입니다. 학생의 39%는 백인, 44%가 흑인이고, 1/3은 빈곤층이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는 비율도 매우 높았습니다. 퇴색을 거듭하던 자그마한 도시가 변하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칼라마주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시건 주에 있는 대학에 가는 모든 고등학생들의 학비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칼라마주의 학생 2,500명에게 익명의 기부자는 약속대로 3,500만 달러의 학비를 제공했습니다. 이제 칼라마주 고등학생의 90%가 대학을 갑니다. 일명 칼라마주의 약속(Kalamazoo’s Promise)이라 불리는 이 실험이 가져온 변화는 늘어난 대학진학률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선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 사이에 정기적인 모임이 생겼고, 이 좋은 제도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계속해서 물려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기만 하던 칼라마주 시에 학생 인구 유입이 계속되었고, 늘어나는 학생 수에 발맞춰 칼라마주시 교육청은 정부로부터 더 많은 교육 예산을 받아 더 많은 선생님들을 고용하고 학교 시설을 개선했습니다. 이웃 도시들도 긍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누리고 있습니다. 학생 유출을 막기 위해서 주변 시들도 경쟁적으로 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도시가 활성화되기에 이른 겁니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끈 익명의 기부자의 정체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높습니다. 칼라마주 공립학교와 인연이 있는 기업가인 Stryker family라고 추측하기도 하고, 칼라마주시 센트럴 고등학교를 졸업한 뉴욕 양키스의 주장 데릭지터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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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실험이네요!! 이 실험을 통해 수혜를 받은 학생들은 미래에 칼라마주의 변화를 몰고 올 것 같아요. 약간 다른맥락이지만 무상교육/의무교육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네, 우선 이 이야기가 아주 감동적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여러가지 생각할 점도 주지요.
일단 하나 떠오르는 부분은, 위의 모델이 지속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익명의 기부자가 사라지고 났을 때, 현재의 변화된 인식과 상황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은 지켜 볼 필요가 있겠지요.
또 저 기부로 실질적인 이득은 누가 보고 있는가라는 점에서, 물론 장기적으로는 칼라마주의 학생들의 평생 소득이 올라가는 효과를 가질겁니다만, 당장 이득을 보는 쪽은 미시건 주의 대학(그리고 그 대학 종사자들)으로 보입니다. 사회의 입장에서는 교육에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효과를 가지구요. 여기서 대학이 그 만큼의 역할을 하는가 라는 질문도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학생들의 평생이득(직업만족도를 포함한)이 올라가리라는 입장에서 또 다른 생각할 포인트가 있는데, 교육수준에 따른 소득의 편차가 큰 한국과 미국같은 사회와 그렇지 않은 유럽, 특히 북유럽같은 사회가 있을 때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가, 그리고 모두가 대학을 가야 하는가 또는 90%가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정상인가, 결국 대학을 의무교육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말씀하신 질문에도 도달하는군요.
또 시야를 넓히면, 칼라마주 지역의 학생들만 이런 이득을 얻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위의 실험은 사실, 한 사회가 초고소득자에게 세금을 걷어 교육에 투자하는, 즉 교육을 통한 부의 재분배라는 매우 이상적인 제도와 통하지요. 단지 그것이 한 지역의 교육재정에만 투입됨으로써 또 다른 불평등(또는 비효율)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구요. 예를 들어 칼라마주 지역의 하우스 렌트비가 오르면서 랜드로드들의 수입이 증가했으리라 예측되고, 칼라마주로 이주하기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한 가정도 있겠구요. 게다가 인구유입이라는 말은 다른 지역의 인구유출이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물론 한국의 수도권과 같이 인구의 집중이 커다란 사회적 폐해를 가져오고 있을 때 지방으로의 인구유입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득이 있습니다.
사실 위의 논리들은 모두 일부러 삐딱하게 본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대부호가 자기 동네에 자기 돈으로 기부한 일을 트집잡는 식이구요. 그러나 위의 지속가능성과 전체사회로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같이 생각해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사례는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돈 (약 400억원, 4대 강(22조)의 약 1/500 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대학생(약 300만명)의 1년 학비(약 700만원)도 마침 약 21조 군요)으로 한 지역을 되살린 인상적인 예로 남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먼 미래, 즉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개인이 학교냐 사회냐를 선택할 때, 경제적 이유를 떠나 자신의 취향과 같이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