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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외신도 놀란 ‘탄핵 집회 이색 깃발’…’센스 경쟁’이 불러온 뜻밖의 효과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12월 24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 누구에게나 익숙한 말이고 실천하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보이는 조언이지만, 살다 보면 때로는 웃는 것조차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적당한 유머는 약이 되고, 윤활제가 되고, 또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에 등장한 다양한 깃발들은 해외로까지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죠. 터무니없는 단체명이 주를 이루는 깃발들은 처음에 시위 참여자들이 시위에 ‘배후 세력’이 있다는 일부 정치인들의 의심에 맞서 ‘나의 배후는 나 자신’임을 선언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지만, 유행어나 패러디 요소 등을 적극 활용하는 센스 경쟁의 장이 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깃발들은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엄혹한 정국 속 절박한 시위 현장에서도 유머가 큰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가톨릭교’나 ‘성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사람을 압도하는 웅장한 건축물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미사, 근엄한 표정의 성직자가 먼저 떠오를 겁니다. 그런 이미지의 정점에 있는 사람, 지구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종교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교황이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심지어 그 주제가 ‘유머의 중요성’이라니, 놀라우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문 번역: “나를 농담 소재로 쓰세요”…권위주의와 나르시시즘의 명약

교황은 농담과 익살을 즐겼던 역대 교황들의 일화와 함께 유명한 ‘예수회 조크’와 ‘교황 조크’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슬픔과 우울함이 마음을 좀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삶 속에 유머와 웃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참된 인간성은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울고 웃는 어린이들, 그리고 동심을 잃지 않은 노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고, 무감각해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도, 사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요.

교황이 견줄 데가 많지 않은 차원 높은 농담이라며 자랑스레 소개한 ‘예수회 조크’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조금 더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대략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갈색 옷을 입은 프란치스코회 신부가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가격을 물으니, 이발사가 대답했다. “신부님께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신부는 감사하며 자리를 떴고, 다음 날 아침 이발사는 가게 앞에서 들꽃 한 다발과 감사의 편지가 든 바구니를 발견했다. 다음 날 흰옷을 입은 트라피스트회 신부가 머리를 자르러 왔다. 머리를 자른 후 돈을 내려 하자 이발사는 말했다. “성직자는 무료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이발사는 가게 앞에서 치즈와 잼, 감사의 편지가 든 바구니를 발견했다. 그다음으로 검은 옷을 입은 예수회 신부가 머리를 자르러 왔다. 이발 후 돈을 내려 하자 이발사가 말했다. “성직자는 무료입니다.” 다음 날 아침, 이발사는 가게 앞에 머리를 자르려고 줄을 선 열두 명의 예수회 신부를 발견했다.

예수회 신부와 프란치스코회 신부, 도미니크회 신부가 길을 걷던 중 조셉과 마리아, 아기예수를 만났다. 프란치스코회 신부는 신이 이처럼 가난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것에 경외심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도미니크회 신부는 성가족의 아름다운 모습에 경탄하며 무릎을 꿇었다. 예수회 신부는 조셉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다. “아이 고등학교는 어디로 보내실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러니까 ‘예수회 조크’란 주로 누구보다도 청렴하고 신실해야 할 성직자들이 실은 세속적이고 욕심 많은 존재라는 데서 웃음 포인트를 찾는 ‘반전 개그’인 동시에, 예수회 스스로 자신을 농담의 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자학 개그’인 듯합니다. 그야말로 교황이 칼럼에서 이야기한 ‘나르시시즘을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써의 자기 조롱’의 실천인 셈이죠. 자기 풍자는커녕 자신을 소재로 한 농담에 ‘긁히는’ 권력자들이 다수인 현실을 생각하면, 지위와 권위를 누리는 이들이 자신을 유머의 소재로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이 장려되는 집단은 그나마 건강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칼럼을 기고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에 바티칸으로 세계 각국의 유명 코미디언 107명을 초청하는 등 누구보다도 유머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일에 진심으로 보입니다. 어떤 ‘수위’까지 가능한 것일까 궁금한 분이 있다면, 교황이 코미디언들 앞에서 “하느님도 놀려도 된다”, “이는 신성모독이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과 장난치고 농담하듯 해도 된다”고 직접 말한 영상을 참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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