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16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이 세상에 구글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중 하나, 인터넷 세상을 지탱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이니까요. 설사 구글이란 기업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는 누구나 구글의 광고 플랫폼을 통해 올라온 광고를 보고, 그 밖에도 구글 또는 구글의 자회사, 협력사가 제공하는 수많은 서비스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Google’이란 단어의 품사는 무엇일까요? 테크 기업의 ‘이름’이니, 명사라고 하는 게 정답일 겁니다. 그런데 ‘google’은 명사뿐 아니라 동사로도 쓰입니다.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검색해 볼 때 우리말로 옮기면, “검색한다” 대신 “구글한다”라고도 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잘 모르겠어? 그럼 구글해보자.” 검색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구글을 넣어도 말이 통합니다. 구글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일종의 대명사가 된 겁니다.
이는 다른 검색 엔진은 꿈도 꿀 수 없는 독보적인 지위입니다. 실제로 구글 말고 다른 검색 엔진이 없지 않지만, 말 그대로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입니다. 구글과 인터넷 산업의 다양한 서비스, 기술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은 있지만, 검색 시장에서만큼은 단연 ‘구글 천하’입니다. 구글이 검색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구글의 서비스가 월등히 좋아서 고객들이 구글만 찾은 결과 이렇게 된 거라면 독점을 나쁘다고 볼 수 없겠죠. 반대로 구글이 초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뒤 검색 시장에 다른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었다면 이는 반독점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습니다.
지난 스프 칼럼: 막 오른 ‘세기의 소송’… 구글은 독점 사업자인가 아닌가
지난해 9월 시작된 소송에서 원고인 미국 법무부는 후자의 논리를 폈고, 피고인 구글은 전자의 논리를 폈습니다. 구글의 주장이 맞다면 자연 독점에 가까운 상황으로 규제 당국이 개입할 명분이 많지 않고, 반대로 미국 법무부의 주장이 맞다면 규제 당국이 개입해 시장의 경쟁을 되살리는 것이 혁신을 낳고 소비자 효용을 지키는 일이 될 겁니다. 지난 5일 연방 법원은 미국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불법으로 유지해 왔으며, 이는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본 겁니다.
소송이 시작될 당시에도 이번 반독점 소송의 의의에 관해 글을 쓴 컬럼비아대학교 팀 우 교수가 이번에도 칼럼을 썼습니다. 우 교수는 시정 명령을 어떻게 내릴지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반독점 당국이 염두에 둬야 할 목표와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전문 번역: ‘구글 쪼개기’ 초강수 나올까… ‘검색 공룡’ 어떻게 해야 하나
아밋 메타 판사는 일단 구글의 독점 여부, 독점적 지위를 불법으로 유지했는지 여부에 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을 어겼으니, 어떤 처벌을 받고 어떤 부분을 시정하도록 명령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다음 달 심리를 열고 양측의 주장을 들어본 뒤 결정하게 됩니다. (구글은 판결이 나온 이튿날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정 명령은 항소 절차와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팀 우 교수가 언급한 대책을 포함해 법무부가 어떤 시정 명령을 내릴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미국 언론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논의되는 방안을 수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가장 간단하고 분명한 조치는 구글이 애플이나 삼성 등 검색 엔진을 사용하는 기기를 제조하는 업체에 돈을 지급하고 검색 엔진을 기본적으로, 구글로 설정하도록 한 협의를 무효로 하는 겁니다. 기본값을 설정해 놓는 것 자체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행위이자,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게 해주는 불공정 경쟁 행위로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방안은 가장 간단하고 이론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팀 우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이 계약을 없애는 데 그친다면 반독점 규제 당국이 쉽지 않은 소송에서 이긴 의미가 퇴색될 거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모은 방대한 데이터를 경쟁사들과 공유하게 강제하는 방안입니다. 순전히 구글의 서비스가 월등히 뛰어나서, 고객이 구글 아닌 검색 엔진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형성된 자연 독점이 아니라, 독점에 이르고 독점을 유지한 과정에 법을 어긴 점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난 만큼 독점의 결과로 확보한 데이터를 다른 경쟁사와 공유하게 하면 구글이 사실상 독점해 온 검색 기반 광고 시장에 대한 지배력도 낮아질 겁니다. 법무부는 경쟁사가 구글에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공유해 달라고 요구할 때 구글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못 박아둘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 게이트키퍼 규칙과 비슷한 이 조치는 검색 시장의 경쟁을 다시 촉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구글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며 맞설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논리 싸움이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을 분사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찾으려면 통신 독점 사업자였던 AT&T를 8개 회사로 쪼갠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강력한 조치지만, 실제로 법무부가 분사를 명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구글의 사업부를 분리한다는 것은 곧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나 크롬 브라우저, 광고 플랫폼과 같은 핵심 부서를 매각한다는 뜻입니다. 검색 시장의 독점을 통해 모은 데이터를 독점적인 광고 판매 수익으로 직결할 수 없게 되면 팀 우 교수가 칼럼에서 표현한 대로 구글이 더는 길목(choke points)을 혼자 장악하지 못하게 돼 시장 지배력이 자연히 내려갑니다.
위의 분사 방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향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이 현재 검색 시장에서 누려 온 독점적인 지위를 통해 확보한 기술 지배력을 그냥 두는 건 규제 당국이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재밌는 건 1998년 세상에 태어난 구글이 지금의 구글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 바로 2000년대 초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소송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묶음 상품으로 판매해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한 혐의로 반독점 소송에서 패했습니다. 원래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분사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시정 명령을 받아들여 분사를 명령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항소가 받아들여져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가 쪼개지는 걸 면했습니다. 대신 새로운 인터넷 산업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기로 규제 당국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킨 덕분에 구글 같은 젊은 기업이 기회를 포착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팀 우 교수가 지적하는 반독점 규제의 가장 중요한 순기능도 바로 이 점입니다. 즉, 단순히 독점을 막고 경쟁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과 기업들이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기업의 세대교체를 돕고, 자연히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하는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거의 모든 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구글이 지금까지 인터넷 산업에서 쌓아 올린 시장 지배력을 어디까지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반독점 규제 당국은 이를 얼마나 제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또한, 구글은 이번 소송 말고도 광고 기술과 관련한 반독점 소송을 앞두고 있고, 애플과 아마존, 메타도 반독점 소송에 직면해 있습니다. 규제 당국과 빅테크 기업들의 싸움은 단지 현재 인터넷 산업뿐 아니라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 산업 환경이 어떻게 정해질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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