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8월 6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기후변화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여름 무더위가 전부 다 기후변화 때문은 아닐지 몰라도 기후변화를 빼놓고는 지금의 “불타는 지구”와 그로 인해 갈수록 더워지는 여름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우리에게 현실이 됐습니다. 이를 어떻게 막느냐 또는 재앙으로 향해 가는 속도를 늦추느냐도 물론 중요한 과제겠지만, 현실이 된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도 시급하게 탐구하고 논의해야 할 주제일 겁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수많은 분야 가운데 우리가 눈 떠 있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는 행위, 바로 먹는 것에 관한 식문화도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주제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불타는 지구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에 관해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호주 출신 문화 비평가 애런 팀스가 이른바 “지속가능한 파인다이닝”에 관해 글을 썼습니다.
전문 번역: “‘자연의 맛’ 담았다” 파인다이닝의 위기, 문제는 가격이 아니다
사실 농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곧바로 받을 수밖에 없는 분야입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거나 반대로 너무 안 내리면 작황이 바로 영향을 받고, 일조량, 토양, 해충 등 식량의 품질과 생산량에 직결되는 여러 요인이 결국, 다 기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두 해 날씨가 이상하면, ‘예년과 다르다’는 표현을 쓸 수 있지만, 그런 이상한 날씨가 매년 되풀이되면 ‘예년이란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하고, 이미 그렇게 됐습니다.
“불타는 지구”를 사는 우리가 바꿔야 할 식문화로 무엇이 있을까요? 기후변화와 직접 연관된 글은 아니었지만, 먹을거리의 공급망을 고려한 윤리적인 소비에 관한 글을 지난해 스프에 쓴 바 있습니다. 여기서 ‘윤리적인 소비’를 ‘기후변화에 맞는 먹을거리 소비’로 바꿔 넣으면 오늘의 주제에 맞는 글이 되겠습니다.
아몬드가 물을 많이 잡아먹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세계 최대 아몬드 산지인 캘리포니아의 아몬드 농장들이 물을 하도 많이 끌어다 쓰는 바람에 가뭄이 덮치자,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생활용수도 부족할 지경이라는 지적이 언론에 소개된 것도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 매년 가뭄이 들면서 물 부족 사태는 심각해졌지만, 부족한 물은 계속해서 아몬드를 비롯한 농업용수로 쓰였습니다. 물이 많이 드는 작물을 심은 농장 일대는 대수층이 고갈돼 역설적으로 지하수를 많이 담아두지 못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자, 이번에는 홍수가 났습니다. 악순환의 굴레에 빠진 겁니다.
물 사용 발자국
기후변화에 맞는 먹을거리 소비로 애런 팀스는 물을 많이 쓰지 않고도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최대한 애용하는 법을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 별 경각심 없이 물을 잔뜩 쓰는 재료를 여전히 쓰는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칼럼에 여러 사례가 소개됐지만, 물이 많이 쓰이지 않는 작물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 행위인지 측정하는 ‘탄소 발자국’처럼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데 물이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따져볼 수 있게 ‘물 사용 발자국’을 만들어 비교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병행해야 할 겁니다. 다만 사람들의 선택과 결정에 어쩌면 더 확실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문화라는 점에 착안해 식문화를 선도하는 파인다이닝 셰프들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 팀스가 쓴 칼럼의 백미입니다.
한동안 유기농 식재료가 각광받은 적이 있습니다. 유통 과정을 최대한 줄이고, 농장에서 바로 수확한 작물로 요리해 손님상에 내는 요리(farm-to-table)가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들이 아예 식당 근처 농장과 전속 계약을 맺거나 식당 옆에 텃밭에서 작물을 길러 재료로 쓰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난 농산물이나 식재료를 많이 쓰자는 운동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게 결국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물 사용 발자국”을 더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유명 식당 메뉴에 전통적인 방식의 요리에 비해 어떤 재료를 어떻게 써서 물 사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표시하고 설명한다면, 그래서 그 사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쿨한 것”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효과는 생각보다 아주 클 수도 있습니다.
“물 사용 발자국”은 공급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식재료 선택에 비싼 가격은 물론이고,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로도 지탄을 받던 일부 파인다이닝 식당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맛있는 식사,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세상에서 요식업계만 이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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