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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예술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문제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10월 25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 18일 개막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최대의 도서전으로 불립니다. 이 도서전에는 제3세계 여성작가의 작품 중 독일어로 번역된 작품에 주어지는 리베라투르 상이 있습니다. 올해 리베라투르 상은 팔레스타인 출신인 아다니아 쉬블리의 “사소한 일(Minor Detail)”과 번역자인 귄터 오르트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소한 일”은 1949년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간 사살된 아랍소녀의 이야기와 이 사건을 쫓는 21세기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을 때 유럽의 일부 매체는 이 작품이 반유대주의적 서사를 담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리베라투스 상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은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작품의 시상식이 열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시작되기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였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하며 시상식을 도서전 중에 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이 결정에 대해 아랍권 출판사는 도서전 참가 취소를 선언했고, 소설가 이언 매큐언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를 비롯한 6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는 이 결정을 비판하는 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패멀라 폴 역시 지난 10월 18일, 오피니언 란을 통해 이런 상황일수록 더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전문 번역: 팔레스타인 작가 행사 취소… 도서업계에 드리워진 전쟁의 먹구름

 

패멀라는 수상자인 쉬블리의 말을 인용하며 몇 가지 쟁점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소설, 혹은 예술이 가진 입장 혹은 주장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입니다. 이는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대체로 모두가 동의하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곧,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로 일컬어지는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따라서 나와 반대되는 생각의 표현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거부하려는 본능을 이기고 오히려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주는 이점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만약 이 정답을 따른다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시상식 취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되겠지요.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문제가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문제라 생각합니다. 곧, 표현의 자유는 어떤 비대칭적인 힘을 가진, 예를 들어 정부와 같은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그 권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는 장치이며, 민간의 차원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생각을 옹호하고 권장하며, 또 자신과 다른 생각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하마스에 대한 반대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 자체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곧, 어떤 이들은 허용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생각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인간이 서사, 곧 이야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과학적 사실과 또 민주주의에 기반한 현대 사회가 그런 취약성에 열려 있다고, 즉 대중이 그런 이야기에 휩쓸리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해야 하는 표현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 실제로 인간의 역사에서 해로운 것으로 증명된 어떤 생각들은 지역에 따라, 예를 들어 인종주의적 표현이나 성차별적 표현, 반유대주의적 표현 등은 이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 되기도 합니다.

독일이 바로 그런 예입니다. 독일은 2차 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반유대주의적 표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쩌면 쉬블리의 이번 수상이 오히려 그들의 열린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시상식 철회는 아직은 독일이 반유대주의의 어두운 과거의 경계에 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일이 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문명이 어렵게 달성한 인간의 품위를 해체합니다.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는 “우리 편 편향”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충성이 인간이 가진 매우 특별한 편향이라고 말합니다. 전쟁은 이 우리 편 편향이 극대화된 결과인 동시에, 우리 편 편향의 극단적 형태가 정당화되는 특수한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걸려 있고, 많은 이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야 합니다.

한편, 어떤 이들은 예술이 정치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곧, 예정된 시상식을 연기하는 것이 정치적인 행동이라 말하며 비판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위에서 본 것처럼 어떤 책에 상을 주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반박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 자체가 역시 하나의 정치적인 입장이라는 반박도 가능하지요. 물론 정치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은 아마 모든 것을 정치라는 잣대로 판단하려는 편협한 이들을 향한 것이라는 변명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사소한 사건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지요. 바로 그 예술이 쟝치적이건 아니건, 예술이 주는 감동은 그와 무관하게 존재할 것이며, 그런 작품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인류의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쉬블리의 “사소한 일”이 그런 작품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7월에 한국에도 출판되었네요.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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