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10월 1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2023년 노벨평화상은 이란의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에게 돌아갔습니다. 모하마디는 이른바 ‘히잡 시위’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 사형제도 등 다양한 부문의 인권 운동을 주도해 온 인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19번째 여성이자 수감, 또는 자택 연금 상태에서 상을 받은 다섯 번째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세계 각국 언론이 수상 소식과 함께 그의 업적을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가운데, 뉴욕타임스에는 지난 10월 6일, 수상자 선정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프린스턴대 공공정책대학원의 제이넵 투펙치 교수가 쓴 칼럼인데, 제목부터 ‘노벨위원회는 왜 사우디 여성 활동가들을 외면하는가?’입니다.
전문 번역: 왜 노벨위원회는 사우디 여성 활동가들을 외면하는가?
투펙치 교수는 모하마디처럼 목숨을 걸고 성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이 세계 각지에 있지만, 서구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국가의 인권 운동을 외면하는 데에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며, 선정 기준에 담긴 서구의 위선을 꼬집습니다. 걸프 국가들의 경제적, 군사적 가치 때문에 이 지역 활동가들이 겪는 고초에 ‘흐린 눈’을 하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이란 정부에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평화상의 수상 기준에 대한 논란은 역사가 깊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평화란 무엇인가’가 몹시 다층적이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겠지만,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사례도 있습니다.
2009년에 수상한 버락 오바마의 경우에는 어떤 성과나 업적을 낼 시간도 없던 1년 차 대통령의 수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미국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나왔습니다. 오바마 본인조차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973년 베트남전 평화협정을 체결한 공으로 수상한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에는 결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었는데, 50년 만에 정보 공개로 선정 내막이 밝혀지면서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노벨위원회가 일종의 ‘희망 사항’을 담아 성급하게 수상자를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야세르 아라파트와 시몬 페레스, 이츠하크 라빈이 중동 평화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함께 평화상을 받은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오늘날 중동에 평화가 확립되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위원회도 문제 알고 있다지만…
노벨평화상의 지리적 편중성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는 노벨위원회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1960년대까지 수상자는 ‘고등교육을 받은 유럽과 미국 출신 백인 남성’에게 국한되었지만, 이후 ‘점진적인 세계화’를 이루어 가는 중이라고 소개하고 있고,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성 수상자를 따로 모아 정리한 페이지도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기후변화 및 환경 문제도 수상 범주에 포함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입니다.
투펙치 교수가 이번 결정을 두고 노벨위원회를 비판하고 있지만, 수상 당시부터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었던 수상자들, 또는 수상 이후 아동 성추행 같은 심각한 혐의로 부적격 논란이 일었던 수상자들과 나르게스 모하마디를 나란히 놓고 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칼럼에도 분명히 밝혔듯이 모하마디는 수상 자격이 충분한 인물이고, 여성 인권은 노벨평화상이 주목해 마땅한 현안입니다.
동시에 이 칼럼을 단순히 “A도 훌륭한데 왜 B에게만 상을 주느냐”는 차원의 딴지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투펙치의 지적도 노벨위원회를 포함한 이른바 ‘국제사회’의 서구 중심성에 대한 비판의 연장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시대의 화두이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활동가에 대한 탄압이 지속되는데도 그 지역에서 수상자가 계속 나오지 않는다면, 상의 권위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여전히 노벨상이라는 이름이 권위 있는 상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지만, 오랜 권위가 도전받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닙니다. 정당한 지적과 일리 있는 비판이 계속되면, 노벨위원회도 비판을 수용하고 진정성 있는 개혁을 이어감으로써 상의 권위를 유지하려 할 것이고, 그럴 때 비로소 수상자들이 받는 존경과 권위도 바로 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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