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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인기 없는 현직 대 강점 잃은 전직의 리턴 매치, 결과는 어떨까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9월 18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대통령의 인기는 자동차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선되는 순간에는 인기도 높고, 모든 것이 희망적입니다. 그러나 당선된 직후가 인기가 높던 이례적인 짧은 시기로 남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마치 새 차를 사는 순간 그 차는 중고차가 되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미국 대통령은 임기를 두 번, 총 8년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 등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하자가 될 만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현직 대통령은 연임에 도전합니다. 반대로 재선에 실패했다가 4년간 와신상담 끝에 다시 대통령에 도전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미국 역사상 그렇게 해서 성공한 유일한 사례를 찾으려면 22대, 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재임한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재선에 도전한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은 직후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아직 공화당 경선 투표가 시작하기 전이지만, 공화당 안에서 트럼프를 위협할 만한 후보는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선 2024년 대선은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입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재선 도전을 앞둔 대통령의 인기가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이 계속해서 오르지 않다가 끝내 재선에 실패하면, 자신을 공격했던 이들에게 앙갚음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트럼프가 돌아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졌을 때 잃을 게 많은 선거인 만큼 민주당은 잔뜩 긴장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전문 번역: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고민을 짚은 칼럼을 썼습니다. 코로나19도 잠잠해졌고, 전반적인 경제 지표도 나쁘지 않으며, 우크라니아 전쟁을 비롯한 내우외환에 비교적 잘 대응해 온 바이든 행정부지만, 의외로 인기가 너무 없다며 그 원인이 무엇일지 하나씩 짚어본 글입니다.  두댓은 특히 민주당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던 유색인종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이 자꾸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이런 표심의 변화가 앞으로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분명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을 잘 담은 글이긴 한데, 한편으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바이든이 아무리 인기가 없다고 해도 바이든 찍으려던 사람이 과연 트럼프를 찍을까요? 특히 요즘처럼 정치적 양극화가 뚜렷해진 미국에 정말로 부동층이 있어서 지지 정당을 바꿔 투표할까요? 게다가 트럼프 본인은 연일 마녀사냥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어쨌든 현행법을 어긴 혐의로 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죠.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와 538의 과반 270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개 트럼프와 바이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민주당으로선 이 결과가 불길한 징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보통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보다 사표(死票)를 더 많이 받아 선거인단 싸움에선 공화당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미국 대선에만 있는 선거인단 제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 대선은 전체 득표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가 이기는 게 아니라,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의 표를 더 많이 받은 후보가 이깁니다. 선거인단을 배정하는 공식은 간단합니다. 각 주의 상원의원 정수와 하원의원 정수를 더하면 됩니다.

상원은 50개 주에서 두 명씩 뽑아 총 100명이 정원이고, 하원은 총 435석을 인구에 따라 배분합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가 54석이고, 인구가 적은 주의 경우 주 전체를 하원의원 1명이 대표하기도 합니다. 상원과 하원 의석을 합하면 535명이고, 여기에 의회에 대표자를 보내지 않는 수도이자 특별시 워싱턴 D.C.에도 가장 작은 주와 같은 수의 선거인단을 배정하는 원칙에 따라 3명이 배정돼 총 선거인단은 538명이 됩니다. 538명의 최소 과반은 270명이므로,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런데 선거인단이 표를 행사할 때 이른바 승자독식 방식을 따릅니다. (메인, 네브래스카주 두 곳만 예외) 즉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후보에게 배정된 선거인단의 표를 몰아주는 거죠. 그래서 선거인단의 표를 집계한 결과는 전체 투표에서 나타나는 표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전체 득표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앞서 당선된 대통령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바로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그랬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보다 전체 득표에서 287만 표를 덜 받았지만, 선거인단에서는 304 대 227로 넉넉하게 이겼습니다.

트럼프로서는 이른바 경합주(swing state)에서 아슬아슬하게 앞서면서 선거인단을 확보한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미시건과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세 주에서 트럼프는 각각 몇만 표 차이로 신승을 거두면서 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46명을 싹쓸이합니다. 클린턴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트럼프보다 수백만 표를 더 받았지만, 경합주 세 곳에서 8만여 표가 모자라서 백악관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습니다.

 

선거인단 싸움에서 공화당이 유리한 건 옛말?

뉴욕타임스에서 선거와 여론조사, 인구 구조 변화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는 정치 전문기자 네이트 콘이 최근 재미있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두댓의 칼럼을 읽고 든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주는 기사이기도 했는데요, 바이든이 인기 없는 건 맞지만, 트럼프도 공화당 후보에게 비장의 무기로 통하던 선거인단 싸움에서의 강점을 확실히 잃은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입니다. 기사를 요약해 소개합니다.

바이든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벌이다 갑자기 곤두박질친 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치를 때도 바이든의 지지율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내줬고, 상원 다수당 자리는 간신히 지켰습니다. 두댓이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유색인종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대신 공화당을 찍은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 추세는 내년 대선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유색인종 사이에서 바이든은 부진할 것이고, 트럼프는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죠.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중간선거에서 유색인종 유권자들에게 표를 덜 받고도 거대한 붉은 파도를 막아낸 건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백인 유권자들에게 표를 잘 받았다는 뜻입니다. 또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유권자들이 어디 사는지를 살펴보면, 대개 대선에서 선거인단의 표를 바꾸는 데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주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공화당은 전통적인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s,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에서 선전했는데, 지역구별로 선거를 치르는 하원 선거가 아니라 주 전체의 표가 중요한 대선에선 공화당이 새로 받은 표들이 사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30대 70으로 지든 49대 51로 지든 선거인단 배정은 똑같으니까요.

반대로 민주당은 경합주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7년 전 힐러리 클린턴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겼던 경합주 세 곳, 미시건과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은 백인의 비중이 83%로 나머지 미국의 백인 비중 69%보다 큽니다. 전통적인 지지층으로부터 표를 좀 덜 받더라도 중요한 경합주에서 표를 잘 받는다면, 바이든으로선 낮은 지지율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믿는 구석이 생기는 겁니다.

트럼프의 최대 강점은 경합주에서 선전하면서 전체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능력이었습니다. 2016년엔 전체 득표에서 2%P 이상 뒤지고도 경합주를 가져가며 확보한 2.9%P의 우위가 선거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4년 뒤엔 결과적으론 바이든에게 졌지만, 전체 득표보다 경합주에서 무려 3.8%P나 더 잘했습니다.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전체 득표에서 700만 표 이상을 더 받고도 꽤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고 트럼프를 찍을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들이 경합주가 아니라 결과가 뻔한 주에 더 많다 보니, 이들의 표는 선거인단 싸움에선 사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자연히 트럼프는 본인의 강점을 잃은 채 선거를 치를 상황에 놓였습니다. 네이트 콘은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보이는 우위가 0.7%P 정도로 줄어들 거로 내다봤습니다. 이래저래 내년 대선은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 강점 사라진 전직 대통령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ingppoo

뉴스페퍼민트에서 주로 세계, 스포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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