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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더 독창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독창성을 해체한 ‘앤디 워홀’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6월 17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 5월, 미국 대법원은 앤디 워홀의 작품인 가수 프린스의 초상화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앤디 워홀은 20세기 중반 대중문화를 예술로 만든 팝아트를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격상시킨 인물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가 만든 가수 프린스의 실크스크린 초상화 작품이 사진작가 골드스미스가 찍은 프린스의 사진을 이용했고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근거로, 워홀 재단이 한 잡지에 워홀의 작품 “오렌지 프린스”를 사용하게 하고 저작권료를 받았으며 골드스미스 역시 자신의 사진으로 저작권료를 받으려 했던 만큼 골드스미스에게 저작권료의 일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판결이 기존의 작품을 차용한 모든 예술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이번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은 저작권의 의미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그리고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줍니다. 지난 6월 5일, 이번 사건에서 앤디 워홀 재단의 입장에서 의견서를 제출한 미술사학자이자 앤디 워홀 전문가인 리처드 메이어는 자신이 의견서를 통해 미처 말하지 못한 이번 재판의 의미를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란에 실었습니다.

전문 번역: ‘앤디 워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틀렸다

 

그는 먼저, 의견서에는 저작권의 침해를 피할 수 있는 법적으로 유효한 법리인 ‘공정 이용’을 근거로 워홀 재단의 무죄를 주장했다고 말합니다. 공정 이용이란 우리가 저작권이 있는 작품이나 글을 교육이나 보도의 목적으로 인용하거나 사용할 때처럼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일 때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보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미국 대법원은 7대 2로 워홀이 골드스미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공정 이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해당 잡지가 프린스의 초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워홀의 작품을 실었다면 사진작가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메이어는 이런 공정 이용의 개념이 사실 워홀의 예술 세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훨씬 더 흥미로워집니다.

그는 우선, 워홀이 신경 쓴 것은 저작권(copyright)이 아니라 복제권(right to copy)이라고 말합니다. 곧, 어떤 창작활동에 있어, 그 창작물의 결과가 보호될 권리보다, 창작물을 만들 때 다른 작품을 이용할 권리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예술을 넘어 인간의 조건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어떤 예술 작품도 순수하게 예술가 혼자만의 작품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는 그가 그 작품을 만들기까지 보고 익힌 앞선 이들의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의 동기를 부여하려는 목적과 무언가를 먼저 생각해 낸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 합당하다는데 합의하고 있고, 따라서 그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합니다.

그다음 인용된 워홀의 말은 더 충격적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대신 그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영남 대작사건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사실 뒤샹 이후 현대미술에 있어 구체적 실행은 아이디어의 부수적 과정으로 점점 변모해 왔습니다. 오늘날 인기를 끄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조수들에게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영남 대작사건 때 다수의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그를 비난했고, 오직 소수의 평론가만이 현대 미술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메이어는 곧이어 생성 AI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지난해 등장했고 앞으로 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생성 AI 기술에서 아이디어와 실행의 충돌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사실상 생성 AI 기술을 이용하는 사람은 프롬프트라는 명령어를 통해 지시할 뿐이고 거의 모든 실행은 AI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위의 대작사건에서 보듯, 아이디어와 실행의 충돌에서 핵심은 최종 결과물에 누구의 기여가 더 큰가이며, 따라서 생성 AI 기술로 만들어진 작품에서 AI의 기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와 실행에 있어 기여의 크기를 정할 때, 누가 대체불가능한지, 또는 누가 더 시간과 비용을 많이 썼는지 등의 질문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문제는 그 아이디어가 어떤 것인지, 실행의 난이도가 어떠한지, 이 결과물이 어떤 분야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생성 AI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AI를 누구나 접할 수 있고 그 비용이 매우 저렴해진 지금, 이제 생성 AI로 만들어진 작품에 있어 인간이 기여한 프롬프트가 작품의 표현과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여기에 인간의 기여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성 AI가 점점 더 발달해 매우 간단한 프롬프트를 통해서도, 예를 들어 “모든 현대 미술 평론가들이 깜짝 놀랄만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줘”라는 지시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매우 창의적인 도상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그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이야기는 예술의 의미로 넘어갑니다. 소수의견을 낸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의 표현은 워홀의 예술사적 의미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좋은 답입니다. 그녀는 앤디 워홀이 다른 작품을 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점, 곧 다른 작품을 복제했기 때문에 현대 미술의 거장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메이어의 말을 빌리면, 그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독창성의 개념을 해체했기 때문에 거장이 된 것입니다.

메이어의 글에서 마지막 문단의 표현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의 멋진 답일 것 같습니다. 바로, 워홀이 공정 이용이라는 법리를 알았다 하더라고 그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훌륭한 예술은 법을 개의치 않을 때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곧, 예술은 경계에서 탄생한다는 말이며, 현대 미술은 바로 이 말을 확장해 온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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