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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카톡 답장의 속도’가 알려주는 나와 그 사람과의 관계

*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4월 1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세상이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해야 할 일도 늘어나고, 그래서 사람들은 바쁘다는 말을 점점 더 입에 달고 삽니다. 여기에 수시로 울려대는 이메일과 메신저,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용하는 메신저 수도 늘어납니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카톡은 기본이고, 텔레그램을 쓰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라인으로 연락하는 이들이 있고, 페이스북 메신저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메신저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게 된 지인도 있습니다. 슬랙 같은 업무용 툴에도 메신저가 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자체의 포스팅이나 댓글을 통해 호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메일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물론 전화처럼 동시성을 가진 더 긴밀한 매체가 있고, 우편물이라는 아직은 보다 공적인 도구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메일은 전화와 같은 사적 특성과 우편물이 가진 공적 특성을 모두 가진 디지털 매체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충분히 긴 내용을 보낼 수 있고, 기록이 거의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장점 덕분에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매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오래된 새로운 매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들이 주는 효용 못지않게 피로감 역시 매우 큽니다.

전문번역: “늦어서 미안”할 일 아니에요, 우선순위가 아니니까!

 

지난 13일,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의 교수이자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는 이메일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여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썼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쓴 연설문을 지인에게 한 번 읽어보고 피드백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지인이 당일에 답변을 보내면서도 ‘늦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쓴 것을 보고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메일에는 빠른 답을 해야 한다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강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 귀 기울일 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4시간 연락을 받는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의 일정에 삶을 맡긴다는 의미이자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그의 말은 한국 사회에서 “업무시간 외 카톡 금지”가 자주 이야기되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또, ‘이메일 긴급성 편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도 재미있습니다. 곧, 사람들은 근무 시간 외에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발신자의 실제 기대보다 더 빨리 답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고, 스트레스가 증가했으며, 번아웃이 올 확률도 높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 연구는 발신자가 자신의 기대치, 곧 언제까지 답을 해주면 좋은지를 명시할 경우 수신자의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랜트는 이 연구 외에도 코로나 시대의 변화 등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이메일을 대할 때 좀 더 여유를 가질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면 좋을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충분히 좋은 태도라 생각합니다.

 

답장의 속도와 권력관계

하지만 조금 다른 생각도 있습니다. 곧, 이메일을 포함해 각종 메신저가 자신을 호출할 때 우리는 보편적인 기준과 함께 자기 고유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우리는 그 사람과 그 일의 맥락에 따라 긴급성을 판단합니다. 물론 여기에 상대가 이를 명시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 역시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이 맥락에는 사실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소위 ‘권력관계’라는 것으로, 중요한 사람이 보낸 메일에는 그 일 자체가 중요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상대방을 존중해 자신의 시간을 써서 답을 빨리 보내려 노력합니다. 반대로, 덜 중요한 사람이 보낸 메시지에 여유를 두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읽씹”과 “안읽씹”의 차이를 논하는 많은 슬픈 글들이 바로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하지만 그랜트가 말하듯 “빠른 답장이 관심이나 애정의 척도인 경우는 거의 없다. 답장 속도는 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바쁜가에 달려있다”라고 단언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그랜트의 동료가 자신이 아침에 받은 연설문의 피드백을 학회에 참석하고 있는데도 저녁에 그랜트에게 답을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애덤 그랜트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고, 또 그 연설문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해서일 겁니다. 여기에 “늦어서 미안합니다”는 말을 굳이 덧붙인 이유는 자신은 더 빨리 답을 하고 싶었음을 말함으로써 그랜트에 대해 존중을 표시한 것이고요.

 

답장의 속도와 관심

우리는 상대의 답장 속도로 상대의 업무능력과, 자신에 대한 존중의 정도를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런 인식이 이미 존재하고, 그 존재에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랜트의 글 마지막 부분에 바로 그 이유가 나옵니다.

곧 “인류의 역사에서 빠른 답변은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 소수의 필요에 내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의미”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랜트는 오늘날 누구나 나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빠른 답변의 의미를 재설정하자고 말합니다. 이 부분은 진화를 통해 우리가 가지게 된 특성이 현대 기술사회에서 적절하지 않게 된 다른 많은 것들과 함께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반론이 가능합니다. 우선 과거의 사회에서도 모르는 이가 길을 물었을 때 우리는 여전히 친절하게 답했을 겁니다. 비록 오늘날은 더 많은 이들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말을 걸기 위해, 곧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서는 발신자가 자신의 시간을 들여야 하며, 그가 비록 모니터 너머의 사람이라도 내게 1대1의 관심을 요청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애덤 그랜트처럼 유명한 사람의 경우는 대처 방식이 달라야 할 수 있겠지요.

어떻게 보면, 이 문제는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이 기술에 의해 변화하면서 생기고 있는 문제로 볼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AI가 더 발달한다면, 정말 내게 온 메시지가 무차별로 뿌려지는 스팸 메시지인지, 아니면 진짜 사람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워질 겁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기술은 모니터 너머의 글이 아니라 바로 귀 뒤에서 속삭이는 사람으로 착각하기 쉬운 무언가를 만들어 주겠지요.

어쨌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새로운 대응 방식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메일이 여러 면에서 매우 강력한 도구라는 점도 말이죠. 저 역시 이번 칼럼의 기한을 넘기고 있었고, 담당자로부터 메신저를 통해 독촉받다가 드디어 이메일로 최종 기한을 통보받아 정신이 번쩍 들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역시 이메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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