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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각자도생’이냐 ‘공생’이냐 혹은 가운데 어딘가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해설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늘 소개하는 글은 3월 20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대국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은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했습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서 벌어진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그 중심은 미국으로 넘어왔습니다.

미국이 성공을 거둔 비결로 다양한 이유가 거론됩니다. 그중에는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가 있습니다. 이 능력주의는 사실 내가 이룬 것들은 다 내가 열심히 해서, 곧 내 덕으로 여기는 개인주의와 짝을 이룹니다. 또한, 미국의 어두운 면인 길거리 곳곳의 노숙자와 빈부격차에 대한 설명에도 능력주의가 끼어들죠. 곧, 미국인은 개인의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가 있으며, 그래서 이런 개인을 돌보는 복지 제도가 부족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전문 번역: 미국 사회의 가장 위험한 신화에 종지부를 찍자

 

지난 9일, 작가인 알리사 카트는 미국 사회의 가장 위험한 신화에서 벗어나자는 칼럼을 썼습니다. 카트가 말한 신화는 개인주의와 능력주의였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독립심”이었습니다. 이 독립심이 어떻게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요? 독립심을 칭송하는 문화가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대해서도 타인이나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문화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카트의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누구도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는 타인의 존재가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도록 조직된 삶을 살고, 이는 물질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부유한 사람도 마음이 가난해지는 순간이 있으며, 이때 가까운 이들의 위로는 큰 힘이 됩니다.

특히, 어려운 순간에 처한 이들에게 사회와 다른 이들의 적절한 도움은 그 사람이 다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해주며, 이는 사회 전체로 볼 때 큰 이득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에 기여를 전혀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우리는 삶의 최소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의존의 기술

카트는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이런 도움을 적절하게 청하는 수완을 가리켜 ‘의존의 기술’이라 부르며, 우리가 새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각자 이루고 성취한 일에서 다른 이들의 도움이 얼마나 컸는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물론 카트의 주장에 당연히 반론이 있습니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며,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평소보다 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발휘합니다. 이는 단순히 위기를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인간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이들의 인생까지 바꾸기도 하지요. 곧, 적당한 스트레스는 인간에게 역경을 넘어서는 힘을 주며, 만약 이런 스트레스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있다면 그런 사회야말로 인간성의 중요한 한 측면이 말살된, 많은 SF 작가가 그려온 디스토피아일 것입니다.

 

개인과 사회의 역할 분담

결국 문제는, 개인에게 맡겨야 할 위기와 사회가 도와야 할 위기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가 되겠죠. 문제는 그 경계가 시대에 따라 바뀐다는 겁니다. 칼럼에서 카트가 예로 든 것처럼, 육아는 한때 개인의 문제였지만, 오늘날 육아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또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듯 그 경계가 다르다는 점도 문제를 어렵게 만듭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라도 다른 이들은 사회의 도움 없이 이를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는 자연히 평등 혹은 정의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 국가는 다양한 서류와 행정적인 절차를 요구합니다. 이 과정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데, 바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이런 과정을 더 어렵게 여겨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겁니다. 카트는 그래서 의존의 기술에 이런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한 노력과 지식을 포함합니다.

결국 카트의 주장은 과거에 비해 사회가 도와야 할 개인의 위기가 더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는 말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이런 구별 비용의 측면에서 보자면 기본소득처럼 대상을 구별하는 비용이 들지 않는 제도가 더 설득력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AI가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시대가 먼저 올지도 모르겠네요.

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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