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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과학자의 반란’은 올바른 판단이 될 수 있을까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월 1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인류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일 겁니다. 정당화라는 단어는 이 목적이 선한 종류의 목적인 반면 수단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임을 암시합니다. 예를 들어 아픈 배우자를 살리기 위해 약방의 문을 부수는 것이나 강도에게 쫓기는 친구를 숨겨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목적이 얼마나 가치 있느냐, 또 수단이 얼마나 무도한가에 따라 답을 내리고 생각을 바꿀 겁니다.

철학적으로 이는 칸트의 의무론과 벤담 등의 목적론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칸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고,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는 결과를 통해 행위를 판단하므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한 셈입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나 나올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이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에는 학회에서 동료 과학자들에게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가 자신이 속한 연구소에서 해고당한 지구과학자 로즈 아브라모프의 글이 실렸습니다.

 

전문번역: 기후변화에 대응 촉구했다가 해고당한 과학자 이야기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수단에 이견

아브라모프는 지난달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회에서 모든 참가자가 모이는 점심 세션에서 회의장 앞으로 나가 나사(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일하는 피터 칼무스와 함께 “실험실에서 나와 거리로 나갑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었습니다.

아브라모프의 이러한 행동의 목적은 매우 분명합니다. 아브라모프는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하며, 지금 당장 정치인과 시민들을 설득하여 획기적인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지 않으면 인류가 재앙을 피하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동료 피터 칼무스도 칼럼의 댓글에 이대로 간다면 이번 세기 안에 수십억 명의 인류가 사망할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아브라모프 역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하다는 데는 많은 과학자가 동의하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데도 이견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아브라모프와 칼무스는 이를 위해 다소 과격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럼, 그들이 사용한 수단은 어떨까요? 여기서 아브라모프의 예상과 실제 세상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아브라모프는 무대에서 끌려 내려오고, 점심 세션에서 쫓겨나는 정도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학회는 이를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학회 기간 중 예정된 그들의 발표를 취소시켰고, 학회 차원의 징계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브라모프가 속한 연구소는 연구소 규정을 근거로 들어 그를 해고했습니다.

학회는 아마도 두 과학자의 행동이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학회에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회는 회원인 과학자의 목적과 무관하게 이러한 행동, 곧 학회 참석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예정에 없는 무언가를 주장하는 행동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대응이 아니라, 전쟁 반대나 육식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같은 정도로 대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을 강력히 제지하지 않는다면 학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과학자와 운동가는 달라야

학회가 또 다른 측면을 고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전에 이와 비슷한 일을 두고 과학자와 운동가를 구별하여 이야기한 일이 있습니다. 곧 운동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반면,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과정에서 목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학자의 연구 과정에 포함된, 이론을 세우고 데이터를 수집, 해석하는 과정이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떤 편향이나 바람이 존재하면, 그 연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학회는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적어도 자신의 연구에 있어 정치적 입장을 떠나 공평무사한 태도를 가지기를 원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가 학문적 결론인지 정치적 문제인지를 판단하는 것부터 정치적인 문제이긴 합니다.

어쨌든, 이런 의미에서 저는 칸트의 의무론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곧, 과학자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수단의 올바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 순간의 삶에 충실한 것을 달리 표현한 것이기도 하죠. 반면, 공리주의는 어떤 사건의 결과라는 것이 매우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에서 두 과학자가 점심 세션에서 팻말을 펼쳐 들어 얻은 것이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일어난 결과는 아브라모프가 직장을 잃었고, 해고 사실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입니다. 어쩌면 이 기사를 통해 더 많은 과학자가 “과학자의 반란(Scientist Rebellion)”에 가입하게 되고, 그 결과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는 정책적 변화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아브라모프와 칼무스의 행동은 물론이고 아브라모프를 해고한 연구소의 결정까지도 어떤 의미에서 올바른 판단이 되는 셈입니다. 마치 노인이 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아들이 전쟁에 끌려 나가지 않을 수 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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