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월 2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이 글은 해가 바뀌고 난 2023년 1월에 발행되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2022년이 끝나가는 무렵입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데, 경제 뉴스 중에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가 주가가 속절없이 내리는 통에 울상이라는 기사도 많습니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은 사실 미국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내로라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시가총액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비싼 회사에 등극했으니, 테슬라를 향한 관심은 당연합니다. 또한, 워낙 팬도 많고 안티도 많은 일론 머스크라서 더 큰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최고점 대비) 7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자신의 유명세를 즐기는 머스크가 세상에 손수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리던 트위터를 아예 사버린 게 결과적으로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어쨌든 테슬라 주가가 연일 치솟던 때는 테슬라의 주주, 머스크의 팬들이 기세등등했다면, 올해는 반대로 머스크를 비판해오던 사람들이 아무래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던 해였을 겁니다.
원래는 이번 글의 제목을 “성지글을 찾아서”로 정하려 했습니다. “테슬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게, 내가 00년 전에 예견하지 않았니?”와 같은 글을 모아서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러나 테슬라의 추락을 정확히 예측한 글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성지글을 찾아 순례하는 일보다 잘 나가던 테슬라가 왜 지금의 위기에 봉착했는지 그 이유를 찬찬히 뜯어보고 원인을 진단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할 겁니다.
세상의 많은 위기가 그렇듯 지금 테슬라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습니다. 안쪽의 근심은 일론 머스크가 자초한 ‘오너 리스크’라 할 수 있고, 바깥의 어려움은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테슬라가 진짜 시험대에 오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라드 만주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은 제목만 보면 바깥의 어려움만 다룬 것 같지만, 글을 보면 머스크가 잘못한 점에 관해서도 잘 정리돼 있습니다.
전문 번역: 2022년의 깨달음: ‘테슬라만 전기차 만드는 게 아니었구나.’
내우: 머스크가 자초한 수많은 필화, 설화
파라드 만주의 칼럼 가운데 모닝 컨설트의 설문조사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언급한 부분이 있죠. 해당 기사를 좀 더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2022년 5월입니다. 5월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시점이 5월입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자신이 트위터의 주인이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해 자기가 볼 때 부당하게 계정을 삭제, 차단당한 이들을 사면, 복권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에 대한 차단은 해제됐습니다. 다만 트럼프는 현재 자신이 사용 중인 소셜미디어만 이용하겠다며, 트위터에 복귀하지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자기 원칙과 기준에 따라 소신을 밝힌 거라고 할지 모르지만, 혐오발언을 일삼다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한 트럼프를 구제해주겠다는 말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았죠.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기 시작합니다.
머스크가 다분히 정치적이고 분열적인 논쟁을 이어가는 사이 테슬라 브랜드의 호감도는 계속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전체적인 호감도가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뀐 날이 하필 11월 7일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테슬라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더 많아진 이날은 중간선거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머스크는 트위터에 “무릇 정치권력은 나뉘어있는 편이 좋으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찍는 게 낫다”고 대놓고 썼습니다.
이쯤 되면 머스크를 그저 탐탁지 않은 괴짜 정도로 여기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테슬라라는 훌륭한 전기차 브랜드에 등을 돌리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만 전기차를 사는 건 아닙니다. 생각보다 전기차를 사는 사람 중에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사람도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잠재적인 고객의 절반을 쳐내는 필화, 설화를 자초한 건 머스크가 아니었다면 피할 수 있던 암초라 할 수 있습니다. 거침없이 할 말은 하는 머스크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할지 모르지만, 머스크는 정치인이 아니라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한테도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기업인입니다.
외환: 테슬라는 진짜 경쟁을 견뎌낼 수 있을까?
먼저 이 글을 준비하며 찾아본 성지글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겸임교수이자 방송인인 스캇 갤러웨이(Scott Galloway)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2021년 6월에 했던 말입니다. 테슬라가 앞으로 펼쳐질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견을 묻는 청취자의 질문에 갤러웨이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먼저 제가 내놓은 예측 중에는 틀린 게 정말 많다는 사실부터 말씀드리고 답을 드릴게요. 저는 테슬라 주가가 60달러일 때도 이건 다분히 과대평가 됐다고 생각했고, 주가가 30달러로 반토막 날 거라고 말하고 다녔던 사람입니다. 제가 틀렸죠.
테슬라는 좋은 차인가요? 훌륭한 차입니다. 테슬라라는 회사는? 아주 훌륭한, 위대한 회사죠. 그렇지만 테슬라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적정한지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지금도 똑같이 답할 겁니다. 여전히 지금의 주가에는 어마어마한 거품이 끼어있다고 생각해요. 분명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을 열어젖힌 위대한 회사지만, 이만한 가치를 지닌 회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테슬라가 봉착한 가장 큰 위기는 시장의 경쟁입니다. 수많은 기사가 지적하듯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되면 그때도 테슬라가 지금처럼 (전기차) 업계 1위를 유지할까요?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2022년은 이에 대한 답변의 윤곽이 어렴풋이 드러나기 시작한 해였는지 모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포함한 전기차 육성 및 지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발표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선점 효과를 누려 온 테슬라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머스크는 특히 정부의 보조금 지급 계획이 테슬라를 차별하는 처사라며 이달 내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했다가 잘되는 꼴을 본 적이 없다”는 식의 원론적인 비판을 하는가 하면,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를 정부가 지어주거나 전기차 업체에 세제 혜택을 주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죠.
문제는 지금까지 테슬라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머스크의 혁신적인 비전과 용감한 도전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훨씬 더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정부의 보조금이라는 점입니다. LA타임스 보도를 보면, 테슬라가 창업한 뒤 2015년까지 연방정부와 주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49억 달러를 지원받았습니다. 이후에도 테슬라뿐 아니라 머스크가 창업한 또 다른 기업 스페이스X, 솔라시티도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았습니다.
지금껏 정부의 보조금, 정부 규제가 마련해준 진입장벽 덕에 성장한 테슬라가 이제 와서 다른 기업에도 필요한 지원을 해주고 시장의 경쟁을 강화하려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건 아무래도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전기차뿐 아니라 모든 시장이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에는 누구도 경쟁을 피할 수 없습니다. 테슬라와 머스크는 지금이라도 내부적인 문제(정치싸움에 골몰해 고객의 마음을 잃는 CEO)를 해결하고 경쟁에서 앞설 만한 테슬라만의 기술력, 제조 공정 등을 앞세워 외부적인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경쟁에서 끝내 이기지 못하면 테슬라는 어떻게 될까요? 앞서 소개한 팟캐스트에서 스캇 갤러웨이가 한 예측으로 답변을 대신합니다.
머스크와 테슬라 덕분에 전기차 시장이 이만큼 커지긴 했지만, 앞으로 전기차 시장도 테슬라가 지금처럼 독점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간의 전망대로 애플이 진지하게 제대로 된 전기차를 개발해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괜찮은 전기차에 애플 로고가 붙어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애플 제품이라면 무조건 사고 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습니까? 그럼, 그때는 아마도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길어야 석 달 안에 고스란히 애플로 이전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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