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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화성 이주만큼 어렵다는 레이저 핵융합, 20년 뒤면 가능할까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2월 29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지난 13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내의 핵융합 연구시설인 국립점화시설(INF) 연구진이 핵융합 점화(ignition)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여느 과학 뉴스가 그런 것처럼 이 발표가 어떤 의미인지를, 곧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적어도 핵융합이라는 단어가 에너지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이들은 이번 발표에 사용된 성공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인류가 에너지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리라 추측할지 모릅니다. 전기료는 매우 저렴해지고, 많은 에너지가 드는 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인류가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삶을 누리게 되는 미래가 임박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발표가 인류에게 중요한 진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로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입니다.

 

발전(發電)이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앞서 말씀드린 지식을 최대한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먼저 발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겠죠. 어떤 이들은 발전소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에너지는 보존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에너지는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저 에너지의 형태를 바꿀 수 있을 뿐입니다. 곧, 발전소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를 우리가 쉽게 전송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곳입니다.

어떤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빛을 바로 전기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발전은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발전기를 이용합니다. 풍력은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이용하며, 수력은 물이 가진 중력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바꾼 뒤 이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립니다. 그리고 화석 에너지를 이용하는 화력 발전은 화석이 가진 화학적 에너지를 열로 바꾼 후 증기를 이용해 운동 에너지를 얻고 이를 전기 에너지로 바꿉니다.

 

핵분열과 핵융합

원자력 발전도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합니다. 핵분열과 핵융합은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분열하거나 결합하며 생기는 질량의 변화로 매우 큰 에너지가 나온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단지 핵분열은 말 그대로 무거운 원자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며, 핵융합은 가장 가벼운 수소 원자가 그다음으로 가벼운 헬륨 원자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 인류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며 환경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핵융합을 이용한 발전은 폐기물이 거의 없으며, 사고의 위험 또한 매우 낮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문제는 이런 핵융합 발전이 기술적으로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핵분열과 핵융합은 쌍둥이와 같은 현상입니다. 이 현상을 이용해 인류가 먼저 개발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폭탄이었습니다. 1944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바로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한 것이며, 몇 년 뒤 만들어진 그보다 훨씬 큰 에너지를 가진 수소 폭탄은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한 것입니다.

폭탄과 발전의 차이는 우리가 그 에너지를 제어하며 천천히 끌어낼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한 원자력 발전은 폭탄이 만들어진 후 10여 년 뒤인 1950년대 중반부터 가능해졌고, 인류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원자력을 발전에 이용해 왔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핵융합을 이용한 발전소도 머지않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70여 년이 흘렀지만, 인류는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는 수소 원자를 충돌시켜 헬륨 원자로 만드는 데 매우 높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높은 온도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기장을 이용해 높은 온도의 수소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이라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레이저로 수소를 때려 온도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성공한 실험은 바로 이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에서 한 단계 진전을 이룩한 것입니다. 수소를 때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면서 나온 에너지가 더 높았고, 이를 불을 붙인다는 뜻의 점화(點火) 실험 성공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전문 번역: 기후변화 이후를 대비하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까지는 갈 길 멀어

이론물리학자 사비나 호센펠더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직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나무를 연료로 쓰려면 한 번 불이 붙은 나무가 계속 타야 하는 것처럼 핵융합이 연이어 일어나야 하지만 레이저 핵융합 기술은 아직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토카막을 이용한 핵융합 기술은 실제 상용화를 목표로 프랑스에 ITER 장치를 짓고 있습니다.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시설 건설에는 한국을 포함한 7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KSTAR를 만들었고,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한국에서 토카막 장치를 이용해 핵융합을 연구하던 이들 사이에 이런 농담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언제 핵융합이 되는지 물어보면 20년 전에도 20년 뒤라고 답했고 지금도 여전히 20년 뒤라고 답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과학자들은 “지금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말을 순화해서 할 때 20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하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오늘날 20년은 아주 긴 시간이며 실제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이뤄내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컴퓨터가 인간을 체스로 이겼을 때 사람들은 바둑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거라고 말했지만, 20년 뒤 알파고가 이를 해낸 것처럼 말이죠.

당시 가까이 지내던 한 선배는 지금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플라스마 연구소에서 20년째 토카막 핵융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 미국의 레이저 핵융합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이렇게 짧게 답해주었습니다.

레이저 핵융합은 화성 이주 정도로 어렵고, 토카막 핵융합은 완전자율주행보다 약간 더 어려운 정도 같아.

저는 이 비유가 한 번에 와닿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verita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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