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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스프]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급증한 이유, 우리가 알던 그게 아니라고?

* 지난해 11월부터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그에 관한 해설을 쓰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저희가 쓴 글을 스프와 시차를 두고 소개합니다.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뉴스페퍼민트의 해설과 함께 칼럼 번역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11월 30일 스프에 쓴 글입니다.


우리는 비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자주 과식하고, 술자리나 야식을 즐기며, 밀가루와 같은 정제된 식품이나 가공된 음식을 많이 먹고, 거기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활동량도 적다면, 그 사람은 살이 찔 것이라는 식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살이 찐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식탐이 있거나 게으를 거라고 지레짐작하곤 하죠. 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며, 따라서 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에도 대부분 동의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살을 뺄 수 있다는 것도 –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 하나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그러나 지난 10월 중순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린 비만의 원인을 찾는 학술회의에 참석한 복스(Vox)의 의학 전문기자 줄리아 벨루즈는 우리의 이런 통념에 의문을 던집니다. 그는 비만이 당뇨나 고혈압, 심장질환과 뇌출혈로 연결되는 가능성과 경로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말합니다. 식탐이 있거나 게으르다고 꼭 살이 찌는 건 아니며, 과식과 정제 음식, 운동도 비만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는 매우 그럴듯합니다.

벨루즈는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한 걸음을 더 나아갑니다. 그는 비만이 개인의 의지력 문제이기보다 사회와 제도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전문번역: 비만의 원인과 비만의 원인이 아닌 것

 

진화심리학의 설명이 그럴 듯한데?

이 주장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벨루즈는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만율이 급증한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곧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전 인류가 갑자기 의지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나 이런 짧은 시간 사이에 인류의 유전자 구성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다른 사회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겁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주장은 조금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현대인이 쉽게 비만이 되는 이유로 흔히 이야기되는 진화심리학의 설명이 상당히 그럴듯하기 때문입니다. 곧 인간이 진화한 과거 세상에는 음식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음식이 충분할 때 이를 체내에 충분히 쌓아두었던 인류의 조상들이 더 잘 생존했고, 우리는 바로 그들의 후손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식량이 풍부한 오늘날, 눈앞의 음식을 체내에 충분히 저장하려는 습성이 현대인의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물론 1980년대 이후의 비만율 급증을 이 방식으로 설명하려면 1980년대 들어 인류가 열량이 높고 섭취율도 높은 가공식품을 쉽게 살 수 있게 되었는지와 같은 다른 근거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과식이나 야식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이들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점도 벨루즈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합니다. 물론 성공과 실패가 그들의 노력이나 의지력뿐 아니라 그들의 유전자를 포함한 그들이 처한 상황 등 환경에 달렸다는 점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비만,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 곧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 문제의 경우 실험실에서 조건들을 통제하며 결과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줄리아 벨루즈가 원인보다는 해결책에 집중하는 건 좋은 접근으로 보입니다. 벨루즈는 비만을 사회 문제로 다루지 않고 개인의 책임 문제로만 다루어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죠.

학회에서 이를 위해 몇 가지 정책이 제시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대상으로 정크푸드 광고를 금지하는 것, 학교 내 자판기를 금지하는 것, 보행자 중심의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 등이 있습니다. 벨루즈는 비만을 사회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분위기에서는 이런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탄산음료의 판매를 제한하려는 정책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비만을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비만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입니다. 비만이 되면 받게 되는 부정적 효과 중에는 비만인을 향한 사회의 낙인과 차별도 포함됩니다. 물론 코미디언 빌 마허의 말처럼, 비만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듦으로써 비만율이 줄어드는 것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인간은 복잡한 동물이니까요.

벨루즈는 결론으로 자신과 상대를 탓하지 말고,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다시 저는 시스템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동시에 그 주장이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이 원인에 합의하지 않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세울 때는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빠트리지 않고 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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