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올린 글입니다.
9월 22일 애틀란틱에는 “왜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에서 자꾸 학창 시절로 돌아갈까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구글에 같은 질문을 쳤을 때 미국의 지식 문답 사이트인 쿠오라(Quora)에 비슷한 질문이 여럿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네요.
하버드 대학에서 꿈을 연구하는 디어드르 바렛은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 겪게 되는 곤란한 상황을 꿈으로 꾼다고 말합니다. 늦잠 때문에 시험에 늦는 꿈, 교실을 찾지 못하는 꿈, 시험 범위를 잘못 알아 엉뚱한 내용만 공부한 꿈, 시험지를 받았는데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꿈, 학교에 도착했더니 옷을 입지 않고 등교한 꿈 등입니다. 바렛은 사람들이 이런 꿈을 꾸는 이유로 그들이 지금 현실에서 어떤 불안을 느끼게 하는 요인을 꼽습니다.
꿈은 뉴스페퍼민트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수면 중에 뇌파를 측정해서 꿈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다든지, 소리를 이용해 꿈의 내용을 조절하는 이야기, 꿈의 내용을 지배하는 자각몽 등에 관해 다루었고, 꿈은 성적 충동에 대한 것이라는 새로운 이론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꿈을 꾸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척수와 소뇌에서 보내는 무작위한 신호를 전두엽이 나름대로 해석한 것이라는 ‘활성화 종합 가설(activation-synthesis theory)’입니다. 이 가설은 우리 꿈의 내용이 비현실적이며 제멋대로인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다른 가설은 꿈을 통해 실제 현실에서 부닥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미리 대비한다는 ‘위험 시뮬레이션 가설(threat simulation theory)’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인간이 꿈을 꾸도록 진화한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곧 꿈을 꾸는 이들은 꿈을 통해 어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현실에서 더 잘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무언가에 쫓기거나 아래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결론을 내리면 이렇습니다. 학창 시절은 한 사람의 사회적 존재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고, 따라서 위기 상황을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끊임없이 평가받으며, 그 평가가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학창 시절의 여러 사건을 떠올릴 땐 늘 당시의 불안한 감정이 함께 소환됩니다. 그 강렬한 감정이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은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이제 어른이 된 당신은 유사한 상황을 맞고, 뇌는 그 기억을 불러와 당신에게 이번에는 더 잘 대처하라고 응원해주는 것이죠.
이렇게 표현하니 약간 뭉클하기도 하네요.
이렇게 감동적으로 뉴스페퍼민트의 휴재 전 마지막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글을 끝내는 것도 괜찮겠지만, 혹시나 학창 시절의 악몽을 자꾸 꾸는 게 너무 싫은 분들을 위해 더 이상 그 꿈을 꾸지 않을 수 있는 팁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꿈 연구자인 제인 테레사 앤더슨이 제안한 방법입니다. 바로 잠들기 전에 자신이 피하고 싶은 꿈의 내용을 생각하며, 거기에 한 가지 상상을 덧붙이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말고사에 관한 악몽을 자주 꾼다면, 그 꿈속의 상황을 그려본 다음 선생님이 이제 시험이 다 끝났다고 말해주는 모습을 상상하는 거죠. 매우 그럴듯하네요.
한 가지 더 말해야 하겠네요. 아마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만 해당되겠지만, 행정 착오로 군대를 다시 가게 되는 악몽입니다. 저도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얼마 전에 비슷한 꿈을 또 꾸었습니다. 현실에서 무언가 위기가 있었을까요? 어쨌든 오늘 밤에는 저도 나이가 많아 입대가 거부됐다는 통지를 받는 내용을 덧붙여 상상하며 잠들어야겠습니다.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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