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나 유제품을 먹고 나면 배가 불편하거나 화장실을 가야 하나요? 통계가 맞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그럴 겁니다. 이는 유당불내증이라 불리는 증상으로 어떤 의미에서 이는 정상입니다. 오히려 우유를 잘 소화하는 이들이 유전적으로는 예외에 속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아직 우리가 답을 알지 못하는 흥미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한가지 해답을 주는 연구가 지난 7월 27일 네이처지에 발표되었습니다.
일단 유당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사람들은 유당불내증을 앓았는지를 먼저 봅시다. 유당(lactose)은 젖당이라고도 불리는, 포유류의 젖에 포함된 당분입니다. 따라서 모든 포유류의 새끼는 이 젖당을 분해하는 락타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아기를 벗어난 개체는 락타아제를 더 이상 만들지 않습니다. 즉, 어른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의 뱃속에 들어간 유당은 결국 대장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며, 이때 발생하는 가스와 수분으로 설사, 방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유당불내증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도 락타아제를 계속 만들어내는, 따라서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유럽과 중동 지역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70~90%는 우유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목축업과 낙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과학자들은 이들이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리라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락타아제를 만드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목축과 낙농업을 통해 우유를 마신 것은 1만 년 가까이 되었지만, 유당내성을 주는 유전자가 나타난 것은 7천 년 전이라는 것입니다. 신석기 시대 토기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3천 년 동안 우유를 소화할 수 없으면서도 우유를 마셔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후 3천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돌연변이 유전자의 비율이 매우 급속하게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변화는 수백만 년 단위의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 유당내성 유전자의 전파는 오랜 기간 수수께끼였습니다. 물론 이 유당내성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생존과 번식에 훨씬 더 유리했다면 자연선택의 압력으로 이런 급속한 전파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그러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곧, 우유를 많이 마시는 이들이 키가 더 크기는 했지만, 이들이 더 오래 살거나 더 건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당내성 유전자를 가진 이들이 우유를 더 많이 마시지도 않았고, 개인의 우유 소비량은 국가, 민족, 문화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았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는 유럽에서 발견된 13,000개 토기 조각의 동물성 지방을 채취해 알게 된 해당 토기가 만들어진 시기의 우유 섭취량과 해당 시기 유럽인 조상들의 DNA 기록을 비교해 언제 유당내성 유전자가 크게 퍼졌는지 본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근이나 유행병으로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시기에 유당내성 유전자가 크게 퍼졌다고 말합니다.
이는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설사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먹을 것이 없거나 아픈 사람에게는 설사가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곧, 지금까지의 유당내성 유전자 연구가 이 유전자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식 경쟁력을 보았다면, 이번 연구는 기근이나 질병으로 힘든 시기에 유당불내증 증상이 그 사람들의 생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지를 본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날 여전히 인류의 상당수는 유당불내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유당불내증을 가진 비율은 연구에 따라 75%에서 100%에 이릅니다. 즉, 여러분이 우유나 유제품을 먹고 속이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죠. 어쩌면 지금까지 무언가를 먹었을 때 속이 불편해지는 이유를 몰랐다면 혹시 우유나 유제품 때문이 아니었는지 의심해보시는 것도 좋다는 뜻입니다.
물론 모든 약과 독을 이야기할 때 나오듯 중요한 것은 양이고, 대부분의 이들에게 한 컵 정도의 우유나 소량의 치즈, 요구르트는 특별한 불편함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제 특별히 우유를 많이 먹거나 유제품을 많이 먹은 날, 자신의 내장이 외치는 소리를 한번 잘 들어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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