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고 번식기가 되어 후손을 남긴 다음 노화를 경험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은 모든 생명체가 겪는 자연의 법칙이며, 인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노화와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 욕망을 대신 꿈꾸어 왔습니다. 성경에는 969살까지 살았던 므두셀라가 나오며 근대 유럽에는 수백 년 동안 늙지 않았다는 생제르망 백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영화 중에도 “맨 프롬 어스”나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과 같은 흥미로운 작품들이 있습니다.
다분히 환상의 영역이던 영생이나 불사를 준 과학의 영역에서 더욱 진지하게 논의하게 만든 이 중에는 2005년 출간한 “싱귤라리티”를 통해 기술의 발전은 기하급수적이며, 따라서 2040년에는 사람이 죽지 않게 될 것이라 주장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의 공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2040년은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2100년 정도를 예견한 이들의 수는 상당했습니다. 곧, 어쩌면 그것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당시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지금 태어나는 당신의 아이들은 150살까지 살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판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는 그 아이들은 21세기 후반의,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과학기술의 발달을 경험할 것이니 역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수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과학 웹진 언다크는 영생을 향한 인류의 다양한 노력을 다룬 영국의 언론인 피터 워드의 신작 “불멸의 대가: 영생을 위한 경주(The Price of Immortality: The Race to Live Forever)”를 소개했습니다.
워드는 먼저 영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이야기하는 ‘탈출 속도(escaping velocity)’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소개합니다. 탈출 속도는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 로켓이 가져야 할 초기 속도 개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곧, 중력은 지구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지상에서 어느 정도의 속력을 가지고 출발할 때 로켓은 점점 약해지는 중력을 이기고 결국 지구를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이 말하는 탈출 속도는 앞서 이야기한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즉, 영생이 가능해질 때까지가 아니라, 그저 생명공학 기술이 수명을 늘리는 속도가 노화의 속도보다 빠르기만 하다면, 그때부터는 영생이 가능해질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 시점이 2~30년 안에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워드는 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야기합니다. 그중에는 극저온을 이용한 보존 기술이 있습니다. 곧 과학이 충분히 발전할 때까지 신체를 냉동 상태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업체들이 저렴하게는 약 3천만 원에서 높게는 2억 5천만 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드는 이 분야가 규제가 전무한 영역으로 사기가 많으며, 장기적으로도 재정적 문제를 가질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이 외에도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젊은 피를 수혈 받는 것, 비타민과 보충제 등의 약물을 이용하는 누트로픽스 , 동물 실험 결과로 어느 정도 증명된 극도의 칼로리 제한 혹은 레드와인에서 발견된 노화를 막아주는 성분 등을 이야기합니다. 또 세포 재생 기술이나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치료와 같은 기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건강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수명 연장과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워드가 만나본 불멸주의자들은 나노 기술과 전자두뇌를 자주 이야기합니다. 나노 기술은 원자 단위를 조작하는 기술로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노화를 막는 데 사용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전자두뇌는 우리의 뇌를 스캔해 컴퓨터 혹은 네트워크에 올림으로써 불멸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쯤 되면 과연 불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군요.
불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입니다. 걸리버가 여행한 나라 중에는 죽지 않는 사람들이 드물게 태어나는 나라가 있습니다. 걸리버는 이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깊은 연륜과 지혜를 가져 존경을 받고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나라에 가보니, 이들은 다양한 병으로 고생하는 추하고 괴팍한 존재로, 지적으로도 온전치 못해 공동체에 부담을 주고 있었습니다.
결론은 얼마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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