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어른이 된다는 것은

지난 6월 11일 영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가디언에는 흥미로운 제목의 에세이가 올라왔습니다. 바로 “자기가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요?”라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이 제목에 흥미를 느낀 것은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을 요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스무 살 남짓이 성인의 조건이지만, 스무 살이 갓 지난 이들을 어른으로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대학생일 때는 대학원 형들이 그렇게 어른스러워 보였고, 서른 살 즈음이면 누구나 자신을 어른이라 여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0대를 지나 50대를 향하는 지금도 저나 주위 사람들 모두 여전히 자기가 어릴 때와 별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인간은 거의 평생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는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른의 정의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칼럼을 쓴 모야 사르너는 가디언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최근 바로 이 주제에 관한 책 “어른이 된다는 것(When I grow up)”을 냈습니다. 그는 자신도 나이가 들면 충분히 어른이 될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노년에 관한 또 다른 책인 “노년의 긴 역사(Long History of Old Age)”의 저자 펫 데인의 말을 빌려 이렇게 그 생각을 반박합니다.

나이가 충분히 든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이 말은 충분히 동의할 만합니다. 바로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지요. 물론 인간의 역사에서 노년의 기준은 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세 영국에서 사람들의 의무 노동은 60세까지였습니다. 13세기 예루살렘 십자군 역시 60세 이상의 기사는 면제받았습니다.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연금이 시작되는 나이는 60세에서 70세 사이입니다. 사회학, 의학, 뇌과학 모두 노년이 60대에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사진=Unsplash

물론 과거와 달라진 것은 이제 대부분 사람이 이 노년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인들은 분명 젊은이들과 다르게 행동합니다. 독일 프리드리히 쉴러 대학 클라우스 로더문트의 연구는 젊은이들은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경향이 있지만, 노년기의 이들은 당장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행동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당연한 연구로 보이지만, 로더문트의 말은 흥미롭습니다. 곧,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습니다. 곧,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리고 운이 좋은 이들은 정말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이 말은 흥미로움을 넘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격언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어떤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 역시 부족하나마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젊은 시절에는 적어도 책을 읽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잡히는 대로 읽었지요. 하지만 이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할 때 그 의미를 따지게 되었습니다.

위 에세이에는 샤르너가 보기에 어른이 된 것 같은 몇 명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 중 그레이엄의 말이 와닿습니다. 그는 이제 곧 66살이 되며 최근 학계에서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어른들에게 가르칩니다. 그는 학계에 있을 때는 계속 논문을 써야 했고, 지원금을 신청하는 등 항상 만족을 뒤로 미루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물론, 젊은 시절에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이제 현실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샤르너가 그레이엄에게 자신은 어른이 된 것 같은지 묻자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상태라면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두 명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곧, 샤르너가 생각하는 어른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느냐로 보입니다. 이렇게 글로 쓰니 한편으로 당연한 이야기처럼도 보이네요. 물론 당연하다는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지요. 마치 모든 사람에게 그 나이의 삶은 그날이 처음인 것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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