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로 대 웨이드가 사라진 세상, 프로 라이프 운동의 미래는?

사회운동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대법원 판결문 초안 유출로 인해 임신중단권 합헌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수십 년간 오로지 “로 대 웨이드”를 뒤집겠다는 일념으로 투쟁해 온 임신중단권 반대 운동의 미래와 향후 과제를 짚는 기사와 칼럼들을 모아봤습니다.

뉴욕타임스의 5월 7일자 기사 도입부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임신중단권 반대 진영은 지난 50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펼쳐 왔습니다. 매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내려진 날에 워싱턴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자금을 모으고, 정치인을 후원하고,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임신중단 클리닉 앞에서 시위를 열었습니다. 유출된 판결문이 그대로 발표된다면, 그야말로 오랜 염원이 이루어지는 셈이죠.

기사가 예측한 차후의 활동 목표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주 단위의 규제 정책 수립을 압박하면서 임신중단 허용 기간을 “로 대 웨이드”에서 제시한 23~24주가 아니라 15주, 심지어는 6주 이하로 못 박는 전국 수준의 규제 법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운동 내부에서는 강간이나 근친상간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수정 이후 이루어지는 모든 임신중단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수술뿐 아니라 먹는 약을 통한 임신중단 등 모든 형태의 임신중단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임신중단을 살인으로 규정하고, 임신을 중단한 여성을 형사 기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주에서 들려옵니다.

또한, 임신중단을 단순히 법의 차원에서 금지하는 것을 넘어 문화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행위”로 인식되도록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어나가겠다는 것이 이른바 “프로-라이프(pro-life)” 단체들의 최종적인 목표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임신한 여성들이 임신중단 외의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단체들도 있죠. 한편, 임신중단권 지지 단체들 역시 올여름으로 예정된 판결을 계기 삼아 지지층을 결집하고 11월 중간선거까지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사진=케니 홀스톤(Kenny Holston) / 뉴욕타임스

“프로-라이프”, “홀-라이프(whole-life, 일관된 생명 윤리와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며 임신중단, 안락사, 핵무기, 사형제도 등에 반대하고, 같은 맥락에서 최저임금, 보편적 의료보험, 생태 및 인종 정의 운동에 참여하는 진영으로, 진보/보수, 민주/공화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집단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음) 세력을 대변하는 한 목사는 5월 8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로 대 웨이드” 폐기는 출발선일 뿐 운동의 완성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 임신중단 반대 운동이 임신중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필요를 살피고 이들을 지원하며, 나아가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신하는 활동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이 진영의 지도자들이 언급한 정책 과제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보편적 유급 출산 휴가, 여성과 어머니들에 대한 재정, 주택, 교통, 육아 지원, 남성 정관수술을 비롯한 효과적인 피임법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임신중단 불법화로 인해 더 큰 타격을 받을 집단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임신중단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른 이들 사이의 더 많은 대화를 중요한 과제로 꼽은 이들도 있었죠.

보수 성향 싱크탱크 연구원이 기고한 5월 7일자 뉴욕타임스 칼럼 역시 프로-라이프, 프로-패밀리 진영이 “뱃속의 생명만 중시하냐”는 해묵은 비난을 면하려면 단순히 임신중단 시술에 대한 접근 반대를 넘어 임신과 출산으로 위기에 처한 여성들을 돕는 데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임신중단권 반대 공약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공화당 정치인들은 “가족 중시” 수사에 걸맞은 정책을 펼쳐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재정적 상황이 여의찮아 어쩔 수 없이 임신중단을 택하는 여성들이 실제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의 종합적인 지원책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아동 수당의 확대와 같은 정책은 작은 정부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정책에 공화당의 가치를 반영하여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대법원 판결문 초안 유출 이후 많은 이들이 두려움과 우려를 표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임신중단 시술을 받는 여성이 실제로 기소되어 처벌받을 가능성, 임신중단 시술뿐 아니라 피임 수단까지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더욱 어두운 미래상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0년간, “프로-라이프” 진영은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쪽이었습니다. 그동안 소리 높여 외쳤던 생명에 대한 강조 뒤에 실은 그저 여성을 벌하고 타인의 삶에 개입하겠다는 저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려면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한 보수주의자들의 지적처럼 구호에 걸맞은 행동으로 운동을 이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임신중단권 반대 운동의 진정성과 도덕성이 시험대에 오를 날이 곧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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