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바꿀 기술, 혁신적인 제품이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는 말은 21세기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묘사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제품 중 어떤 것이 진짜 세계를 바꿀 것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그건 정말 대단한 능력일 겁니다. 애플을, 아마존을, 테슬라를 미리 알아보았을 테고, 분명 살림살이도 크게 나아졌을 것입니다.
지난 11월 30일, 미디엄의 기술 블로그 원제로(OneZero)에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원제로의 필자 중 한 명인 클라이브 톰슨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의 미래를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먼저 이야기 했습니다.
1996년 톰슨은 업무 때문에 가지고 있던 벽돌 크기의 전화기를 파티에서 꺼냈고 사람들은 크게 웃었다고 합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전화기를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제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 될 것이라 칭송받던 물건도 있습니다.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 기대받던 세그웨이입니다. 물론 세그웨이는 재미있고, 신기하고, 하나쯤 가지고 싶은 유용한 장난감이지만, 현실에서는 놀이공원 같은 특별한 공간에서나 주로 사용됩니다.
톰슨은 기술의 운명을 판단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그 제품이 모든 이가 쓸 수 있을 정도로 잘 작동하면서 가격도 저렴해질 수 있는가 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습관을 바꿀 정도로 흥미롭고 유용한 제품인가 하는 것입니다. 톰슨은 두 번째 질문은 사람들의 욕망에 관한 것이고 훨씬 더 어려운 질문이므로, 첫 번째 질문을 먼저 생각해보자고 말합니다.
그는 지난해 5월, 비슷한 주제로 베네딕트 에반스가 쓴 글을 이야기하며, 첫 번째 질문의 답을 알려면 그 제품이 실제로 개선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반스는 20세기 초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와 50년 뒤 발명된, 등에 착용하고 하늘을 나를 수 있는 제트팩인 로켓 벨트를 비교했습니다.
그는 첫 비행에서 하늘을 난 정도를 비교해보면, 200m를 날았던 비행기나 하늘에 고작 21초 떠 있었던 제트팩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급속도로 발전해 6년 뒤 영국 해협을 건널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제트팩은 1초에 1L의 연료를 사용했습니다. 한 시간을 날기 위해서는 연료 2t을 등에 짊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거나 물리법칙을 어기지 않는 한 제트팩은 현실에서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라는 걸 사람들은 금세 깨달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행기도 수십 년 전에는 분명 제트팩과 별반 다른 취급을 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세기에 이미 비행기를 시도한 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증기기관은 너무나 크고 무거워서 하늘을 날 수 없었습니다. 곧 비행기는 가벼운 내연기관을 발명하고 나서야 구현해낼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사실로부터 21세기에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기술들의 운명을 점칠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년은 미래를 책임질 기술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은 20세기 후반 몇 번의 겨울이 있었지요. 과연 이번에는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블록체인 역시 올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기 전까지 지난 몇 년 동안은 암흑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인 메타버스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년 전 인기를 끌다 다소 시들해진 가상현실(VR) 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양자 컴퓨터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20년 전 양자 컴퓨터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 분야의 사람들조차 향후 수십 년 내에 양자컴퓨터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에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세상이 와 버렸군요. 이렇게 예측은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