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호전적인 우리 뇌와 인간의 약점

브랜다이스 대학의 석좌교수인 마리 피츠더프의 새 책 “전쟁하는 뇌(Our Brains at War)”는 인간의 본성인 자기 집단을 위한 이기심이 상상 이상으로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을 여러 최신 연구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피츠더프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자신들을 대표할 정치인을 고르는 방법과 또 국가 간의 전쟁이 시작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인간의 본성이란, 인간의 생리적, 유전적 특징들이 다른 집단에 대한 반감을 매우 쉽게 가지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의 본성은 우리가 국가의 지도자를 선택할 때, 신중한 성격의 정치인이 아닌  ‘강력한’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을 선택하게 되며, 또 우리 중 가장 선한 마음을 가진 이들조차 다른 집단의 구성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만듭니다.

피츠더프는 미디엄에 직접 올린 글을 통해 인간의 약점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열 가지 주제로 요약해 설명했습니다.

1. 인간은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습니다. 인간의 감정, 생각, 행동은 우리의 신체, 뇌, 그리고 타인의 존재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최신 연구 결과들은 인간의 유전자, 우리 뇌의 구조 그리고 우리가 가진 호르몬이 우리의 행동, 특히 집단 간의 분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이고 있습니다.

2. 편도체는 인간을 지배합니다. 본능과 감정 앞에서 이성은 거의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인간의 뇌 내부에서는 공포, 본능, 기억, 이성이 서로 줄다리기를 합니다. 문제는 이 줄다리기의 균형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집단 간의 반목이 매우 쉽게 일어나며 자칫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민자 문제, 지도자 선출, 증오 범죄, 애국심 등의 주제에 대한 생각에도 편도체는 영향을 미칩니다.

3. 사람들은 옳고 그름보다 소속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종교, 민족,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에 의해 만들어진 집단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안정감은 집단 밖의 외부인을 배제하거나 해를 끼치고, 심지어 살해하게 만듭니다. 특히 다른 집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집단 내부에서 매우 빠르게 전파되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집단적 행동을 쉽게 일으키게 됩니다.

4. 사람들은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속한 집단이 믿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곧, 진실은 그가 속한 집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사람들에겐 한 번 믿게 된 사실에 대해 이를 지지하는 근거만을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기제가 있습니다.

5. 사람들은 근본주의와 극단주의에 쉽게 빠져듭니다. 근본주의는 종종 그 집단이 주장하는 가치보다 집단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어떤 위험이 있을 때 혹은 불공정하거나 차별받는 집단에 속할 때 더욱 쉽게 근본주의에 빠져듭니다.

출처=Unsplash

6. 지도자가 선택을 내릴 때 이러한 감정은 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위기나 불확실성, 외부 집단의 존재와 이들에 의한 위협은 사람들을 ‘심리적 취약 상태’로 만들며, 이때 사람들은 민주적 절차와 논리적인 지도자보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강력한 지도자에 끌리게 됩니다.

7. 집단 간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에 따라 고맥락 사회와 저맥락 사회가 있으며, 집단주의 사회와 개인주의 사회가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나 이를 인식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으며, 성차, 공감의 방법, 얼굴에 대한 선호도 차이, 의사소통 방법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집단 간의 소통과 긴장 완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8.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차이에 기름을 붓습니다. 소셜미디어는 다른 집단뿐 아니라 지도자를 선택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소셜미디어의 효과는 사람들이 더 쉽게 집단 간의 갈등을 느끼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9. 이런 구석기 시대의 인간이 현대 사회에 다시 적응하게 될까요?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지만, 최근의 여러 연구 결과들은 인간에게 협력하는 본성 또한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연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이 가진 협력의 본성은 집단 내의 사람들에 대한 것이며, 집단 외부인들에게는 그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10.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츠더프는 두 집단 사이를 중재할 때 이런 점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먼저 논리적인 설득이나 객관적 진실보다는 그들의 감정과 그들이 믿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휴전, 공통의 경험, 식사와 음주, 음악, 중립지대 등 옥시토신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두 집단의 일부가 속할 수 있는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 그들이 같은 집단이라 느끼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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