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6년 만에 사형 집행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지난 10월 28일,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6년 만에 사형이 집행되었습니다. 오클라호마주는 사형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27개 주 가운데서도 사형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 가운데 하나였으나, 2014년과 2015년 사이 약물주사형 집행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고가 발생해 집행이 일시 유예된 상태였습니다. 앞서 27일 미국 대법원은 5:3으로 유예 중지 판결을 내렸고, 오클라호마주는 바로 다음날 사형수 존 그랜트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그랜트는 무장강도죄로 13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교도소 식당 직원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인물입니다.

문제는 이번 집행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사형을 참관한 한 기자는 세 가지 약물 중 첫 번째인 안정제가 들어가자마자 사형수가 구토와 경련 증상을 보였고, 나머지 약물이 투입되기 전 의사가 다시 방에 들어가 사형수의 얼굴을 닦아줘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 교정 당국은 기자 회견을 통해 구토 횟수는 언급된 것보다 적었고 경련 증세는 없었다면서, 보기에 좋지 않았겠지만 비인간적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약물주사형은 애초에 교수형이나 총살형 등 기존의 사형 방식보다 인도적이라는 이유에서 도입되었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뉴스페퍼민트가 2017년에 소개한 와이어드지의 기사는 약물주사형이 인도적이라는 주장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이번 존 그랜트 사형 집행에서도 사용된 안정제 미다졸람이 확실한 혼수상태를 유발하지 못하며, 뒤이어 사용되는 마비제와 염화칼슘 역시 “고통 없는 죽음”을 가져오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이 3단계 약물주사형은 1977년 오클라호마주의 검시관이 고안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사형 방식보다 인도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널리 쓰이게 되었고, 실제로 약물주사형이 인도적이라는 인식은 미국인들이 사형 제도를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클라호마주 교도소 내 사형집행실. 사진=Sue Ogrocki/AP

법원의 약물주사형 유예 판결은 약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집행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해 사형수가 끔찍한 고통을 겪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런 사건이 여러 차례 기사화되면서 약물주사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던 것입니다. 2011년에 유럽연합이 사형집행에 쓰이는 약물을 미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에서 약물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사형 집행 건수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주에서는 가스실과 전기의자, 총살형이 대안으로 논의되거나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사형 방식을 둘러싼 논의는 미국 헌법에 명시된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형벌” 금지 조항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1996년 유타주에서 이루어진 총살형을 참관한 이는 사형수가 즉사하고 피도 거의 나지 않는다며, 총살형이 약물주사형보다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약물주사형은 과연 다른 방식보다 덜 잔인한 방식일까요? 사람을 죽이는 방법 가운데 더 깔끔하고, 인도적인 방법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번 그랜트 사형 집행 건을 계기로 또 한 번 촉발된 약물주사형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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