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오징어 게임 열풍

오징어 게임이 한창 인기를 끌던 지난해 10월 초에 전 세계 언론이 오징어 게임에 관해 쓴 기사들을 추린 글입니다.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영어권 미디어가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평을 내놓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전례 없는 히트작인 만큼 다양한 각도와 뉘앙스로 작품과 작품을 둘러싼 현상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이코노미스트는 10월 9일자 기사로, 엄청난 글로벌 열풍에 오히려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한국의 평단과 시청자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장르적인 클리셰가 가득하고, 플롯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초기 한국 시청자들의 평가와 세계 각국에서 작품의 세부적인 요소 하나하나가 문화 현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대비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나 좋아하는지 나도, 주변 사람들도 정말 모르겠다”고 말한 26세 서울 시민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하나의 한국산 히트 상품인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면서, 사회 정의와 불평등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주제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복스(Vox)는 UC 어바인 동아시아학과 김경현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의 인기 비결을 분석하고 극중 요소들이 갖는 문화적인 맥락과 상징성 등을 보다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김경현 교수는 “오징어 게임” 전에 “런닝맨”이나 “무한도전”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며, 게임과 놀이를 중심에 둔 콘텐츠의 계보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고속 경제 성장, 단일민족, 낮은 출생률과 높은 자살률과 같은 한국 사회의 키워드와, 제주도, 무릉도원이 한국인에게 갖는 의미, 반도의 분단국가에 사는 한국인들의 공간 감각에 관해 설명하며 해외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호주의 비영리 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 소개했습니다.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GDP 대비 가계부채와 증가하는 빈부 격차, 부동산 가격 폭등, 청년 실업 수치를 들면서 갑작스러운 일에 재정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직자, 이주 노동자, 탈북자 등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오징어 게임” 내 등장인물의 면면은 물론, 고속 성장 시대 교회와 재벌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1인치의 자막 장벽”을 언급한 지 1년여 만에, 한국어 콘텐츠의 영어 자막에 대한 논란도 미국 주류 매체에 등장했습니다. NBC 뉴스는 10월 6일자 기사로,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영어 자막의 오역 문제를 다뤘습니다. 자막이 한국어의 의미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물론, 특정 직업을 가진 인물의 매우 특수한 말투, 남한 말과는 다른 북한 말을 더빙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외국어 콘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던 영어권에서 매우 새로운 논의입니다. 기사는 또 자막 번역도 예술의 한 형태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낮고 번역가들이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소개합니다. 또한, 외국 시청자들이 문화적인 레퍼런스를 모두 이해할 수 없더라도 언제나 손에 쥔 휴대폰으로 모르는 점을 검색해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자체가 현대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임을 강조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문화면이나 국제면을 벗어나 버라이어티(Variety)의 쇼핑 섹션에도 진출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10월 6일자 기사를 통해 할로윈을 앞두고 극 중 캐릭터로 분장하려는 오징어 게임 팬들이 의상 쇼핑에 나서면서, 흰색 반스 슬립온의 매출이 무려 7,800% 증가했다는 소식과 해당 상품의 온라인 구매 링크를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며 극중 게임 참가자들이 신는 실내화 매출이 7,800% 올랐다. 사진=버라이어티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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