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저도 언젠가는 똑같은 증상으로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증상은 같지만, 그 증상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을 가리켜 우리는 암, 당뇨병, 심부전,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이름을 붙이기는 할 겁니다.
장기 한 군데가 망가져 제구실을 못하고, 이어 다른 장기들이 차례로 무너집니다. 아니면 한꺼번에 여러 장기가 전부 다 고장 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죽음 앞에 선 우리들의 모습은 서로 무척 닮았을 겁니다. 그 모습은 이상 징후가 처음 나타났을 때나 처음 의사로부터 병을 진단받았을 때 사람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도 엄연한 생명 활동입니다. 죽음에는 여러 가지 징후가 있습니다. 이는 생명체 스스로 내리는 진단이기도 합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몇 주간, 혹은 몇 일간의 경과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 마지막 몇 시간만 놓고 보면 대부분 사람이 겪는 과정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임종을 앞둔 사람의 목에서 나는 가래 끓는 소리나 호흡곤란, 마지막 경련과 불안 증세 등 몇 가지 징후는 대단히 괴로워 보이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많은 환자는 큰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죽음을 앞둔 환자들은 대개 고통을 덜 만한 약을 투여한 뒤고, 전 세계적으로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극심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가운데 죽음의 여러 가지 징후를 복합적으로 겪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대개 한 가지씩은 경험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가운데 흔한 편인 징후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The Death Rattle – 임종을 앞둔 사람의 목에서 나는 가래 끓는 듯한 소리
무덤들은 망가진 뼈들과 말 없는 외침으로 가득했다. (las tumbas están llenas de huesos demolidos, de estertores callados.) – 파블로 네루다, “독재자들” 중 –
산소 호흡기를 떼고 나면 그 환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동맥을 타고 뇌 뒷부분까지 올라온 혈전 때문에 뇌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각성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피가 제대로 흘러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이물질을 뱉어내기 위해 기침을 할 만큼 깨어있지 못해 죽게 될 가능성이 큰 상태였습니다.
호흡용 관을 빼내자 환자는 곧 죽음을 앞둔 이가 내는 가래 끓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는 환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목구멍 깊은 곳이 울리는 듯한, 어딘가 지직거리는 듯한 소리로 물이 든 잔의 가장 아래까지 꽂아둔 빨대에 숨을 불어넣을 때 나는 소리 같았습니다. 그 소리를 낼 때부터 숨을 거두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6시간입니다. 그 환자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낸 지 여섯 시간 뒤 숨을 거뒀습니다.
이 가래 끓는 소리는 무언가를 삼키는 기능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이기도 합니다. 평상시 사람은 혀를 입천장까지 움직이고 침을 분비해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삼킵니다. 이때 목구멍을 덮고 있는 후두덮개(epiglottis)가 열려 음식물이 기도로 흘러 들어가지 않게 막습니다.
그런데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서는 무언가를 삼킬 때 조화롭게 이뤄져야 하는 기본적인 기능마저 약해져 서로 엇박자가 나게 됩니다. 어떨 때는 후두덮개가 기도를 막기도 전에 혀가 침을 뒤쪽으로 분비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혀가 전혀 안 움직여 분비된 침이 기도를 타고 폐까지 흘러 들어가기도 합니다. 들어와선 안 되는 침이 들어온 상태에서도 폐는 계속해서 숨을 쉬려고 합니다. 이때 바로 가래 끓는 듯한 그렁그렁한 소리가 나는 겁니다.
이 소리 자체는 엄청 거칠고 으스스하지만, 보통 임종을 앞두고 가래 끓는 소리가 나더라도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리는 호흡기 자체의 기능 저하나 문제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경우와 비슷하게, 대개 가래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의사가 직관에 따라 필요한 약을 투여합니다. 먼저 소리 자체를 너무 크게 내지 않게 하려고 침을 덜 분비하게 하는 약을 투여합니다. 어떨 때는 환자가 가래 끓는 소리 자체를 안 내게 되기도 합니다. 대개 의사들은 실제 현재 상황보다 훨씬 심각한 것처럼 소리를 너무 거칠게 낼 때 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둡니다. 필요 이상으로 환자에게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지켜본 뒤 다시 삶을 살아가야 할 가족들에게 떠올리기 싫은 이미지를 새기지 않으려는 처방이기도 합니다.
Air Hunger – 호흡 곤란
이 악마 같은 자식! 뭐하는 것이냐? 내 숨은 내 목구멍에 붙어 있다. (You villain touch! what are you doing? my breath is tight in its throat) – 월트 휘트먼, “나 자신의 노래” 중 –
죽음을 앞둔 이 환자는 강단 있는 80대 여성이었습니다. 지난 70년간 줄곧 담배를 피웠죠. 담배 때문에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해야 할 폐 조직은 단단하게 굳어버렸습니다. 바람을 한껏 분 비닐봉지처럼 부풀어 오른 폐는 그녀가 숨을 내쉴 때마다 찌그러졌습니다. 마치 봉지 안의 모든 공기를 다 빼내려고 손에 봉지를 구겨 쥐고 마구 쥐어짜 내는 것 같았습니다. 공기가 폐 안에 갇힌 겁니다.
특히 죽음을 앞둔 이가 겪는 호흡 곤란을 뜻하는 “Air hunger”는 임종을 앞둔 이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 가운데 하나로 의사들은 통증을 완화해주려고 몇 가지 조처를 합니다.
치료라면 먼저 아편 성분이 든 진통제, 대개 모르핀을 투여합니다.
숨 쉬는 게 고통스러운 환자에게 호흡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약을 투여하는 것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편 성분이 오히려 호흡 곤란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죠.
이에 대한 답을 드리기 전에 먼저 왜 죽음을 앞두고 나타나는 호흡 곤란이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몇몇 연구진은 호흡 곤란이 올 때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이유로 뇌가 명령을 내리는 호흡량과 실제 폐가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량의 불일치를 꼽습니다. 아편 성분은 어느 정도까지 호흡해야 한다는 뇌의 욕구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환자는 통증을 덜 느끼게 되죠. 지금 폐가 들이쉬고 내쉬는 정도로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겁니다.
모르핀이 실제 호흡량이나 호흡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연구진도 있습니다. 이들은 그보다 호흡 곤란과 전반적인 통증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거의 비슷하다는 데 주목합니다. 즉, 아편 성분이 통증을 느끼는 뇌의 신호를 억제하기 때문에 상황이 잠시 호전될 뿐이라는 겁니다.
환자는 입원해서는 담배 대신 호흡용 마스크를 써야 했습니다. 퇴원하면 집으로 돌아가 담배를 끊겠다는 다짐도 몇 번이나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그녀의 볼은 눈에 띄게 움푹 팼습니다. 결국 그 환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Terminal Agitation – 마지막 경련과 불안 증세
어두운 밤을 쉬이 받아들이지 마시오.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 딜런 토머스 –
돌아가시기 이틀 전부터 저의 친할아버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당장 문을 열고 나를 밖으로 내보내다오! 지금 당장! 이 모든 게 다 가짜다! 어서 문을 열어!”
마치 길 잃은 아이의 울부짖음 같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눈썹은 세월이 흐르며 바깥쪽부터 빠지기 시작해 이제는 미간 근처에 몇 가닥만 남았습니다. 1cm 남짓한 눈썹들이 그나마 안쪽으로 모여 난 탓에 더욱 초라해 보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를 고이 보내드리고 그 빈자리에서 오는 허전함과 아픔을 지혜롭게 나누어질 생각만 했을 뿐, 단단히 화가 난 채 내뱉는 섬망에 대한 준비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한 유명한 시인은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예술이다.”라고 썼습니다.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고 다루어봤을 호스피스 병동의 의사들은 마지막 경련과 불안 증세를 수반한 섬망을 죽음에 이르는 섭리를 향한 저항으로 여깁니다. 이런 증상이 흔히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특히 가족들에게 이를 지켜보는 건 무척 괴로운 일입니다.
편안히 눈을 감으며 이 세상을 떠나는 대신, 죽어가는 사람이 고통에 울부짖으며 침대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근육은 경련을 일으키며 씰룩거리고, 이미 온몸이 고통에 찢겨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배설하지 못한 소변이 체내에 쌓이거나 호흡 기능이 저하돼 숨이 막히고 답답하거나 신진대사 이상에서 오는 고통 등 섬망을 일으키는 물리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약물치료를 통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기력이 쇠약해지면서 정신적으로도 약해진 탓에 오는 불안과 고통은 약물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편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나타나는 마지막 경련이나 불안, 그리고 섬망을 목도한 사람은 다가오는 죽음을 향한 한 인간의 실존적 반응을 보는 것이라 믿곤 합니다. 특히나 강력한 발작에 가까운 섬망은 몸과 마음이 제구실을 못하게 되는 데 대해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아마 가장 격렬한 저항이라 해도 무방할 겁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 자지러지도록 우는 것처럼, 우리 중 누구는 세상을 떠날 때도 목놓아 울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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