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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과 참외: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군 주민들

성주군청 근처에서 이수인 씨는 새누리당 지지 철회 서명 부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서명한 사람만 800명이 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기반이던 보수주의자들의 땅 경상북도에서는 놀랄 만한 일입니다.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이수인 씨의 설명입니다.

쟁점이 된 것은 바로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계획입니다.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한국은 오랫동안 도입을 미루어왔으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이어지자 마침내 정부가 도입을 선언했고, 배치 지역으로 성주가 선정된 것입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중국의 반응 외에, 박근혜 정부를 당혹시킨 것은 바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었습니다. 사드를 둘러싼 정보가 기밀로 다루어지는 가운데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었고, 성주 주민들은 성주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북한의 위협보다 사드에서 나온다는 전자파를 더욱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성주 곳곳에는 사드 반대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주민들은 연일 군청 앞에서 열리는 시위에 지역 사찰에서 제공한 촛불을 들고 참석하고, 역시 지역 교회가 후원한 사드 반대 배지를 옷에 달고 있습니다. 성주 출신의 여성은 시집을 못 갈거라는 말에서부터, 성주 지역 특산물인 참외도 영향을 받을 거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전자파와 관련된 공포를 없애기 위해 현재 보유중인 미사일 방어체계와 괌 미군기지의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측정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성주 배치 발표 이틀 후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성주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성주군수는 이 소식을 TV 뉴스에서 처음 들었다고 밝혔죠.) 이들을 환영한 것은 시위대가 던진 계란과 물병이었습니다. 성주군수와 지역 공무원들은 삭발을 하고 혈서를 썼습니다.

이런 열기는 한국의 젊고 시끌벅적한 민주주의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시민운동 단체들은 농부, 지역 주민들과 손잡고 원자력 발전소, 해군기지, 미군 시설 등에 반대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보기 흉한 싸움, 지연, 보상 등이 수반되긴 했지만, 계획은 모두 관철되었죠. 브루킹스연구소의 캐서린 문 연구원은 한국에서 국가는 권위적이고 가차없는 태도로 지역사회와 계속해서 갈등을 유발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한미 군사동맹을 주민 생계나 자치보다 앞에 두는 경우에 이런 갈등이 빚어진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전체를 놓고 보면 사드 지지율은 50%를 상회합니다. 현재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도 역시 10년 전보다 훨씬 높은 8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에 반대하며 북한과의 관계 강화를 주장하는 소수 좌파 그룹이 수도 서울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열기는 했지만, 집회 참석자는 수백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현재로서는 성주의 사드 반대 시위대도 이들과 연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누리당에 중요한 경북 지역과의 관계를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이 아직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발표 직후, 국론 분열은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성주 지역 주민들은 분노했죠. 핑크색 꽃무늬 몸빼바지에 사드 반대 배지를 단 노인들이 노인정 벽에 걸린 박 대통령의 대형 사진을 떼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2012년 대선 때 성주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86%에 달했지만, 7월 중순 이후 경북 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은 50%에서 41%로 급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확산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빛을 잃었고,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총선 패배에서 아직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군소 야당들은 사드 배치가 국회의 비준을 거치도록 하는 결의안을 준비 중입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드 배치에 의회 비준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혼란스러운 정국에 사드 배치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시기로 합의한 2017년 말은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시기입니다.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는 차기 대선 주자들이 배치 연기를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의 열기는 다소 가라앉을지도 모르지만요.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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