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미국 양대 정당 가운데 하나의 대통령 예비후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야 곳곳에 널렸겠지만, 트럼프라는 인물이 워낙 전에 없던 ‘현상’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 언론 또한 누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건지에 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뉴스페퍼민트도 앞서 “침묵하는 다수”라는 개념을 조명한 NPR 기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예비 경선에서 트럼프에게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지역을 직접 찾아가 유권자들을 만나 지역 민심을 살펴본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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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많은 표를 얻으며 압승을 거둔 카운티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몇 가지 공통점을 추려본다면, 대체로 지역 경기가 침체된 곳, 과거에 잘나가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지역에 남아있는 이들은 지금 자신들의 문제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해결해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켄터키, 웨스트버지니아주와의 경계에 있는 뷰캐넌 카운티는 탄광촌입니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석탄 산업이 한창 발달했을 때는 지역 경기도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뷰캐넌 카운티의 실업률은 10.6%로 버지니아주에서 가장 높습니다. (주 전체 실업률은 3.9%) 1980년 정점을 찍은 인구는 40%나 줄었습니다.
평생을 뷰캐넌 카운티에서 산 다나 오퀸(Dana O’Quinn) 씨는 40년 동안 이발소를 운영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손님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퀸 씨는 말합니다.
“저 같은 늙은 사람들이야 뭐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어떻게든 살겠죠. 하지만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 걱정됩니다. 여기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으니 다른 곳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버지니아주에서 가장 가난한 카운티에 속하는 뷰캐넌 카운티 주민들 가운데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1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민주당원인 오퀸 씨는 트럼프를 찍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트럼프의 주장이 변화를 갈망해 온 뷰캐넌 카운티 주민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우리 동네도 원래는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그동안 너무 힘든 일을 많이 겪었으니까요.”
예전에 매사추세츠주는 섬유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폴 리버도 면직 공장이 가득했던 대표적인 도시였습니다. 물레로 실을 감을 때 쓰는 막대기를 뜻하는 가락의 도시(Spindle City)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뉴잉글랜드 지역의 다른 공장지대가 다 그렇듯, 좋은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지난 12월 기준 폴 리버의 실업률은 8%로 매사추세츠주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폴 리버의 중위 소득(median income)은 주 전체 중위 소득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도시의 슬로건마저 어딘가 맥이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슬로건은 “해볼게요(We’ll try)”입니다.
면직물을 염색하고 옷을 마감하는 공장에서 현장 감독으로 일하다 은퇴한 68살 브루노 테이셰이라(Bruno Teixeira) 씨는 지난 슈퍼 튜즈데이 경선에서 트럼프를 뽑았습니다. 테이셰이라 씨는 자발적으로 은퇴할 수 있었던 자신은 무척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제 동료들이 그래야 했던 것처럼 언젠가 저도 해고 통보를 받거나 사실상 짐을 쌀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테이셰이라 씨의 아빠는 포르투갈에서, 엄마는 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입니다. 테이셰이라 씨는 트럼프의 이민 정책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할 말은 하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무언가 해야 할 말이 있으면 말을 하잖아요. 돌아가는 법이 없이요. 그래서 트럼프가 좋아요.”
건축자재 도급업을 하는 앤서니 모리스(Anthony Morris) 씨는 공화당 앳킨슨 카운티 위원장입니다. 모리스 씨는 카운티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일자리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이 지역 경기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평생 비즈니스를 해온 사업가만큼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
조지아 남쪽에 위치한 앳킨슨 카운티는 조지아주 전체 평균에 비해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편에 속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전체의 10%가 안 됩니다. 농업 지대에 속하는 앳킨슨 카운티에는 농민들도 많지만, 건축자재 등 제조업도 많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습니다.
앳킨슨 카운티 전체 인구의 1/4 정도는 (주로 멕시코 이민자 출신) 히스패닉으로, 조지아주 전체에서도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다만 히스패닉 인구 대부분이 그렇듯 이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입니다. 이는 앳킨슨 카운티 공화당 예비경선에서도 나타났는데, 투표인 가운데 히스패닉은 3%에 그쳤습니다.
모리스 씨는 아내가 트럼프 선거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며, 트럼프에 대한 높은 관심과 지지가 실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가 (지역당을 통해) 정당 정치에 관여해 온 게 벌써 20년이 더 됐습니다. 1992년부터였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트럼프에 대한 관심만큼 뜨거웠던 적이 없어요.”
주도 내쉬빌 북동쪽, 켄터키주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메이콘 카운티의 주요 산업은 농업입니다. 특히 메이콘 카운티는 테네시 주의 대표적인 담배 생산지입니다. 단단한 목재를 생산하는 제조업도 일부 있습니다.
59살 셸타 슈럼(Shelta Shrum) 씨는 20년 동안 신발 공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했습니다. 슈럼 씨가 은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은 문을 닫았습니다. 멕시코로 이전했기 때문이죠.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불안에 시달렸어요. 당장 내일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항상 있었죠.”
현재는 지역 역사학회에서 발간하는 소식지를 검토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슈럼 씨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로 트럼프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걱정하는 문제를 이슈의 중심에 놓는 우리의 대변자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여기는 시골이에요. 정치적인 올바름 같은 거 심각하게 따지고 그러지들 않아요. 보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거리낌 없이 말해요. 트럼프가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아주 열심히. (우리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죠)”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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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줄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번역도 무척 멋지게 하셨네요) 무엇보다도 기획기사라 그런건지 구성과 사진들 모두 훌륭하네요 (박수)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재밌는 내용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