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를 맞아 1979년 9월 그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기사 전문을 소개합니다. 이 인터뷰로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는 의원 제명을 당했으며 이는 부마사태와 10.26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기사 제목은 ‘한국 야당 지도자, 미국에 결단을 요구하다’입니다. 헨리 스콧 스톡스 기자가 쓴 이 인터뷰 기사는 9월16일 일요일판 17면 국제면에 실렸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반대로 체포 위기에 몰린 것으로 여겨지는 야당 지도자는 카터 행정부에 박정희 대통령이 이끄는 소수 독재 정권(minority dictatorial regime)에 대한 지지를 끝내라고 요구했다. 야당 지도자 김영삼은 이번 주 그의 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과 점점 유리되고 있는 근본적으로 독재적인 정권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수 중에서 미국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분명히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7일 법원 판결로 52세의 이 정치인은 야당 신민당 총재의 권한을 대부분 빼앗겼다. 뒤이어 정부는 시민들에게 사법부를 향한 비판을 삼갈 것과 노동자, 농민들을 조직하려는 반정부 운동가들을 경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 목요일 한국 고위 관리들은 정부가 김 총재의 구속을 고려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여당인 민주공화당의 박준규 당 의장 서리는 어제 김 총재의 구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가 체포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 서리는 공화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린 그러한 극단적인 조치를 꺼린다. 김 총재는 날이 갈수록 더 급진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 서리는 이 나라에서 박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다음가는 최고 권력자로 널리 인정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체포 위협에도 김영삼 총재는 공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카터 대통령의 이틀간 방한을 언급하면서, 김 총재는 통역을 통해 “카터는 방한으로 박 대통령에게 큰 선물을 줬다. 카터는 박 대통령의 위신을 북돋워 줌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반대 세력을 말살시킬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압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우리는 카터 대통령에게 한국에 오지 말 것을 부탁했었다. 그 방문을 생각할 때마다 분노를 참을 수 없다.”
김 총재는 지난 8월 11일 경찰의 신민당사 난입, 그를 총재직에서 축출하기 위해 제기된 8월 13일 가처분 소송, 그를 투옥해 입을 막으려는 위협 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구속당한다 해도 놀랍지 않다. 이 정권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정부 관리는 “김 총재가 믿고 싶은 것처럼 우리가 정말 허약하다면 벌써 그를 체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변자들은 이 정치적 위기의 심각함을 낮추려 애쓰고 있다. 박준규 공화당 의장 서리는 “한국 정치는 늘 붕괴 직전인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든 늘 위기에서 벗어나 왔다. 박 대통령 집권 이래 수년간을 돌아보면 지금 상황은 큰 위기 축에 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총재 체포는 그를 국민 영웅으로 만들어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를 구속하면 정부를 향한 집요한 공개 비판을 중단시킬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금지하는 긴급조치 아래 반정부 인사 수백 명이 수감 중인 상태다.
김 총재는 인터뷰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난해 부임한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 대사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김 총재는 “미 대사관은 자신의 시야와 접촉을 확대할 역량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사관의 접촉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라고 말했다.
대사관 대변인은 김 총재의 이런 지적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외교관들은 “김 총재가 카터 대통령, 글라이스틴 대사, 다른 대사관 직원 등과 만났으며 그의 견해를 밝힐 기회를 가진 바 있었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이란은 미국의 최대 외교적 재앙이었다”고 평하며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 팔레비 정부의 취약함을 경고하지 못한 명백한 실패를 지적했다. 그는 “미 대사관이 한국에서 똑같은 전철을 밟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미국 관리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압력을 통해서만 미국은 그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할 때마다 미국 관리들은 한국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김 총재는 말했다. “그건 위선적인 이론이다.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미군 3만 명을 여기 주둔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게 국내 문제에 대한 개입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라고 그는 물었다.
김영삼 총재의 신민당은 국회의원 총 231석의 3분의 1에 가까운 67석을 차지하고 있다. 1978년 선거에서는 박 대통령의 민주공화당보다 더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김 총재는 “나는 북한에 대항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언론 집회의 자유, 우리의 정부를 자유선거를 통해 고를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2년 유신 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3분의 1을 임명하며 나머지는 선거를 통해 뽑는다.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민주적이고 더 자유스러운 체제가 들어서야만, 한국은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김 총재는 말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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