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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사, 나의 친구

나의 항암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그녀의 스카우트 제안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녀는 웃으며 다이애나 공주의 이름을 딴 교수직이 아니고서야 자신이 직장을 옮기는 일은 없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물론 나는 그녀가 장난으로 하는 말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니앨라 마테이(Daniela Matei) 박사는 그녀가 천직으로 삼는 의학자로서의 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 다른 병원으로 직장을 옮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이직에 대한 협상들에 대해 듣기 시작한 이후 몇 개월 동안, 오래된 컨트리음악 한 곡의 노랫말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당신을 잃은 후 침대에 누워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내 귓속에선 눈물이 계속 흘러요”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테이 박사와 나는 작은 방에서 정기적으로 만났습니다. 방 안에는 두 개의 플라스틱 의자와 난소암의 단계에 관해서 설명하는 끔찍한 포스터 한 장, 싱크대 옆의 컴퓨터, 라벨이 붙은 여러 종류의 쓰레기통들, 그리고 흉물스럽게 생긴 산부인과 진료 기구가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마테이 박사는 나에게 암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현명한 상담자와 같았습니다. 그녀는 내가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 어떤 식으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지,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하여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에 대해서 완벽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를 처음 받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줌으로써, 나의 심리상담자이자 정신과 의사가 되어주었습니다. 나의 상황이 나빠졌을 때, 마테이 박사는 항암 치료실로 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슬프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내 환자 중에서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예요” 그녀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나의 암은 차도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매우 역설적으로, 그녀는 나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공통으로 느낀 절망감에 대하여 슬픔을 표현함으로써 의학자로서 그녀가 고수해왔던 냉담함과 무심함의 가면을 벗어던졌던 것입니다.

그 이후 그녀는 내가 받고 싶지 않은 수술을 받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이 수술은 꼭 받아야만 해요.” 그녀는 나의 반대를 모두 반박하며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매우 특별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의지해야 하는, 나의 건강 상태에 대한 권위적인 통찰력을 가진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그녀에게 의지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나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암의 재발을 견뎌냈습니다.

항암 치료를 하는 의사들은 끈기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서는 여러 가지 예술적 재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마테이 박사는 때때로 시인의 기질을 발휘합니다. 마테이 박사와 나는 서로의 글을 읽으며, 나는 그녀가 중요시 하는 가치들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나의 가치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수십 년간 일해온 대학교의 소속 병원에서 그녀가 일을 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동료가 되었습니다.

마테이 박사는 새로운 항암제가 나의 삶을 연장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추천해준 임상 실험에 참가함으로써, 나는 3년을 더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구원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결국 난소암으로 죽겠지만, 그녀가 나를 지켜준 덕분에 나는 감사하며 잠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현재 일하는 암 센터를 떠날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나는 마치 내가 그녀의 부속품인 것처럼 물었습니다. “나를 누구에게 맡길 건가요?” 그녀는 다른 의사의 이름을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나와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나를 안심시켰습니다.

앞서 말한 컨트리 음악이 계속 나의 귓가에 맴돌지만, 나는 그녀가 이룬 것들에 대해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낍니다. 그녀보다 앞서 삶을 살았던 선배 동료로서, 나는 그녀가 스스로에게 가장 도움이 될 미래를 택하는 것을 격려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나의 멘토를 내가 멘토해줄 수 있다는 것, 나의 말을 곧잘 들어줬던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내가 들어줄 수 있다는 것, 나에게 큰 힘이 되었던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크나큰 기쁨입니다.

어느 화창한 여름날, 나는 한 가게에서 4달러짜리 선물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분홍색 보풀과 하트 모양의 분홍색 보석이 박힌 은색 왕관이었습니다. 만약 마테이 박사가 떠난다면 내 귀에는 눈물이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다이애나 공주의 이름을 딴 항암 연구교수직을 제안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녀는 항상 내 마음속에 소중한 공주마마로 남을 것입니다.

*인디애나대학(Indiana University) 영문학과 명예 교수인 수잔 거버(Susan Gubar)의 글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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