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어느 주말 오후, 나는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나는 내 불면증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약을 먹기보다는 데이터를 찾는 것이 내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불면증은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성인의 약 30%가 어떤 형태로든 불면증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불면증으로 인한 모든 증상을 겪는 이는 이 숫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모든 불면증 환자들이 좀비처럼 살지는 않습니다. 수면 부족 때문에 일상에 어떤 문제를 겪는 일이 반복될 경우 당신은 불면증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며 따로 치료를 받지 않고 살아갑니다.
나 역시 불면증 때문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나의 문제는 내가 일을 너무 즐겼다는 것입니다. 내 이력서의 수많은 경력은 어느 정도는 내 불면증의 덕입니다. 그러나 불면증은 내 상태에 분명히 영향을 끼치고 있었고, 아이들의 책에 몰입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불면증은 치료할 가치가 있는 병입니다. 만성적인 불면증은 고도 불안, 우울증, 고혈압, 당뇨, 사고, 통증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불면증이 이런 증상이나 사고의 원인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요. 내가 불면증을 고치려 한 이유 중에는 작업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불면증을 고친 이들은 기분이 좋아졌고, 건강하다고 느꼈으며, 우울증 증세 역시 호전되었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야 했을까요? 루네스타(Lunesta), 앰비언(Ambien), 리스토릴(Restoril) 등, 잠을 오게 만든다는 수많은 제품들이 시중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약을 먹기 전에, 먼저 다른 데이터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증거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기위해, 두 치료법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만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런 직접적인 비교는 환자와 의사가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당연해 보이는 연구 방법이 이 분야에서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신약 실험은 해당 신약과 플라시보를 비교합니다. 이는 FDA 의 허가를 받는 데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이 알려져서인지, 최근에는 비교 연구에 더 많은 지원금이 할당되고 있습니다.
불면증의 경우 비교연구들을 살펴보면 수면제가 최상의 선택이 아니며,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가 가장 나은 결과를 보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불면증을 위한 CBT는 잠들기 전 술과 커피를 줄이고 침실에 텔레비전을 없애는 등의 방법을 말하는 수면 위생(Sleep Hygiene)보다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CBT에는 – 방문치료, 혹은 자가치료를 통해 –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만들고(주말에도 말이죠), 수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나 생각을 줄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포함합니다.
한 연구는 55세 이상의 환자들에게 CBT와 리스토릴을 비교했고, 2년 이상 추이를 관찰한 결과, CBT가 효과의 정도에서나 지속성에서 모두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CBT만을 사용하는 것이 CBT와 리스토릴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보다도 더 우수했습니다.
25~64세 환자들을 조사했던 다른 연구는 CBT가 앰비언보다 더 나았으며, CBT 치료를 받는 이들에게 앰비언을 더 추가하더라도 결과가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또한 수면제 조피클론보다 CBT가 환자들에게 더 큰 위안을 주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환자들 또한 CBT를 더 선호했습니다.
지난주, 미국내과의학저널(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는 CBT에 대한 종합적인 리뷰 논문이 실렸습니다. 1,000 명 이상의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0개를 종합해 CBT가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는 것에 비해 얼마나 더 효과가 있는지가 계산되었습니다. 평균적으로 환자들은 CBT에 의해 20분 더 일찍 잠이 들었고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은 거의 1시간 가량 감소했습니다. 수면 시간은 거의 10%가 증가했습니다. 이 수치들은 CBT가 여러 수면제들과 비슷하거나 더 낫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내 경험도 위의 결과들과 같습니다. 나는 의사가 권해준 인터넷 프로그램을 통해 CBT를 받았고, 나의 수면시간을 매일 기록했습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습니다. 하루에 4-5시간만 자는 날은 점점 더 드물어졌고 평균 수면시간은 30분이 더 길어졌습니다. 또한 수면을 기록함으로써 나는 내 자신에게 더 객관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실패라고 여기거나 불안해했던 날도 내 목표인 일곱 시간에 비해 겨우 한 시간 덜 잔 날이 많았습니다. 나는 이전보다 더 안도하게 되었고, 또 더 편히 잠에들게 되었습니다.
다른 많은 이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불면증이 없는 이들과 거의 비슷한 수면습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불면증을 가진 이들이 다른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불면증을 앓는 이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수면부족인 날이 더 자주 있는 이들입니다. 이 차이의 상당 부분은 이들이 자신의 수면에 대해 가진 부정적인 인식과, 그 때문에 자신의 일상에 영향을 받는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CBT 치료자들은 환자가 어떤 날의 수면이 ‘부족’했다고 판단하고 그 다음날 일상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경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음날의 수면에 대한 걱정 역시 많아집니다. 이는 – 만약 수면 무호흡증(sleep apnea)이나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같은 신체적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 불면증은 마음의 문제이며, 이때문에 다시 신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소프트웨어의 버그를 잡는 것처럼, CBT는 우리의 수면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고, 수면을 더 긍정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줍니다. 반대로, 수면제는 불면증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을 치료하며, 그 때문에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른 많은 환자와 마찬가지로, CBT는 내게도 효과적이었습니다. 물론 수면제보다 더 나았구요. 그날 이후로, 나는 한 번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잠에 빠진 적이 없습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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