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처음엔 이 68세 노인의 증상을 폐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침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네 곳의 병원을 전전하던 환자였습니다. 그의 병이 훨씬 심각하고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을 보건 당국이 알게 된 건 아흐레가 지난 뒤였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 환자가 그 9일 동안 잠재적 보균자가 될지 모르는 여남은 수의 사람들을 감염시켰으며, 감염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또는 약자를 따 메르스(MERS)라 불리는 이 병의 첫 환자를 한국 정부가 놓친 것은 그가 자신의 여행 지역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역시 메르스의 증상이 일반적인 감기나 다른 호흡기 질환과 비슷하며, 이 때문에 초기에 이를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이 특별히 심각한 이유에는 바로 한국의 독특한 보건의료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대형 병원 의사들이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고 믿으며, 이 때문에 대형병원은 항상 사람들로 붐빕니다. 더 큰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인맥을 이용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응급실은 환자와 환자의 가족, 간병인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환자 가족들은 종종 병실에서 머물며 환자의 땀을 닦아주고, 요강을 비우며, 시트를 갈아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감염에 노출된다는 사실입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조성일 교수는 “사람들로 붐비는 병원 환경은 한국 의료 체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병원 응급실은 의자와 (환자들이 눕는) 침대가 가깝게 붙어 있기 때문에 다른 이와의 접촉이 일어나기 매우 쉽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9일(화) 오전 현재, 한국 정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는 적어도 95명, 격리 조치를 취한 사람은 2,500여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망자는 최소 7명입니다.
지방의 환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서울의 초대형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친구, 친척을 동원하는 건 물론이고, 때때로 더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데 필요한 추천을 받으려고 작은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두 곳은 각각 그 도시에서 가장 큰 병원들입니다.
대한감염학회 회장이며 정부의 메르스 즉각대응팀 팀장인 김우주 교수는 “(입원하고 싶어하는데) 응급실에서 대기하는 상황이죠. 한국적인 상황이고 그런 상황들이 이런 신종감영병 때는 안 좋은 (요인이 됩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국민 대다수가 인터넷을 사용하며 거의 모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앞선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지난 며칠 사이에 한국은, 2012년 메르스가 처음 사우디에서 발견된 이래 가장 심각한 메르스 발병지로 다시 세계에 알려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낙타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또한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 가까이에서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메르스는 고열과 폐렴 증상을 동반하며 아직까지 어떤 치료약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첫 환자로 알려진 이가 병원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그가 고열과 기침을 시작한 5월 11일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안산의 한 병원을 12일, 14일, 그리고 15일 방문했습니다. 의사들은 그가 5월 초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레이트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당황했고, 그를 더 큰 병원인 평택의 성모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아무런 차도가 없자 그는 더 나은 치료를 받고자 17일 서울의 작은 병원을 찾았습니다. 엑스레이 결과, 의사들은 그가 폐렴일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다음날 그는 한국에서 가장 큰 병원 중의 하나인 삼성의료원으로 보내졌고, 의사들은 그가 중동을 다녀왔다고 말하자 메르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격리시켰습니다. 20일 그는 메르스 확진을 받았습니다.
김 교수는 사람들로 붐비던 성모병원이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이상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성모병원에 있던 환자 중 3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는 전체 감염자의 40%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아마 그때가 바이러스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때였고, 그 환자는 계속 기침을 했을 테니,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졌을 겁니다.”
최초 환자로부터 감염된 성모병원의 한 환자는 서울 삼성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고, 여기서 적어도 35명이 다시 감염되었습니다. 당시 응급실에 있었던 사람들 700여 명은 현재 격리되어 있습니다.
아직 일반인들이 공포에 질려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유치원과 학교 2,000여 곳이 임시 휴교했고, 음악회, 종교행사, 집회 등이 취소되었습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의 수는 급감했습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이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 정부는 월요일, 대응 수위를 3단계 중 첫 단계였던 “주의(alert)”에서 입국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는 두 번째 단계인 “심각(serious)”으로 올렸습니다. 홍콩 위생방역센터는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한국으로의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는 경고문을 올렸습니다.
반면 세계보건기구는 보다 여유있는 자세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이 계속 일어난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며 한국의 항구와 공항에서 특별한 조치는 필요없을 뿐 아니라, 여행이나 무역에의 제한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앨리슨 클레멘츠-헌트 대변인은 한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패턴은 다른 곳의 바이러스와 유사하며, 한국에서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를 테스트한 결과, “바이러스의 전염성에 있어서 특별한 변이가 보이지 않으며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보건기구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특정 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는, 환자를 자주 방문하는 문화가 “메르스의 위험이 있는 이 시기에는 주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사건 초기,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환자들이 발생한 어느 병원에서도 이 환자가 메르스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지선하 교수는 “의사들은 메르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환자들을 진료했습니다.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들이 방문한 병원의 이름을 밝혀 전염의 범위를 최소화했어야 합니다”고 말했습니다.
확진을 받은 환자들이 방문했던 병원 24곳을 정부가 밝힌 것은 첫 환자가 발생한 후 2주 반이 지나고 난 뒤였습니다. 그 뒤로 병원 다섯 곳이 추가되었습니다.
정부는 병원 이름을 밝힐 경우 그 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떨게 될까봐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의 이름이 알려진 뒤 몇몇 병원들은 외래 환자 수가 급감했고. 어떤 병원은 임시로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안전사회시민연대의 최창우 대표는 정부의 “정보 독점”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산이며, 대형 병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정부의 실수를 감추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죠.” 작년 4월,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정부의 미흡한 대응의 상징과도 같은 세월호 침몰사고를 언급하며 최 대표는 말을 이었습니다. “국민의 안전이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닐 때,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갤럽 코리아는 지난 금요일, 메르스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6% 떨어져 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월요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가 총력 대응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총력 대응책 가운데는 한국의 초고속 네트워크를 이용해 격리를 거부한 이의 휴대폰 신호를 추적해 그들을 찾는 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습니다.” 최창우 대표의 말입니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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