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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김정은 싫지만 영화 ‘인터뷰’는 더 싫다”

경찰 국가 북한은 외부와 정보 교류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진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는 이 정보 장벽에 조금의 균열을 냅니다. 탈북자가 전하는 정보를 참고하면,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 더 인터뷰>는 북한 주민에게 별로 먹히지 않는 듯 합니다. 북한 독재를 반대하는 주민에게도 말입니다.

북한 주민과 접촉할 수 있는 몇몇 운동가가 그 영화를 본 주민의 반응을 알아봤습니다. 주민들은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까봐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북한을 묘사하는 방식에 보고 비웃음을 보내거나 상처를 받는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국가적 자존심이 김정은을 미워하는 마음보다 더 앞서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그 영화를 욕했습니다”라고 탈북자 정광일 씨는 전했습니다. 정 씨의 중국 동료들이 영화 <인터뷰> 디지털 복사본을 북한에 퍼뜨리는 성공했습니다. 정 씨는 그 영화를 몰래 시청한 북한 주민 8명과 핸드폰으로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북한이 바보의 나라로 묘사된 것에 화를 냈습니다. 그 분들은 김정은을 찬양하는 주민이 아니라, 그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었는데도요.”

북한에서 외부 오락물 뒷거래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몫 잡으려는 보따리 장수가, 한글 자막이 딸린 < 더 인터뷰> 해적판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중국산 핸드폰으로 탈북자와 통화하는 북한 주민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를 볼 기회를 얻은 주민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원래도 불법 반입 비디오를 보는 일은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더 끔찍한 일을 감수해야 하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지금 <더 인터뷰>는 가장 위험한 영상물이 됐습니다. 영화 줄거리가 김정은 암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성적(sexual)인 내용도 담고 있는데, 그런 영화를 보는 것 역시 징역감입니다.

서울에 본부를 둔 웹사이트 <데일리 NK>와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자유 아시아 라디오 방송>은 북한 정부 보안 당국이 최근 중국 국경 감시를 강화했으며 “외부 적대 세력이 국가 최고 존엄을 모욕하기 위해 퍼뜨린 반동 영화”를 보거나 반입하는 자를 엄벌에 처한다는 경고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 “국가 최고 존엄”이란 김정은을 뜻합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또다른 탈북자 김흥광씨는 “만약 이 영화를 소지하다 붙잡히면 사형에 처해질 게 분명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아는 북한 주민가운데 아직 영화 ‘인터뷰’를 본 사람은 소수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 중 세 명에게 영화를 본 느낌을 물었다고 합니다. 김흥광씨는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영화 속 우스개는 대부분 전달에 실패했다고 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평양 슈퍼마켓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진열된 과일이 석고로 만든 가짜로 나옵니다. 손님을 속이기 위해 전시된 거였습니다.

“그런 일은 평양에서 일어날 수 없습니다. 미국 코미디 영화의 어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김 씨는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영화를 안 보는 이유는 그런 오류 때문이 아니라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므로, 한 두 달 뒤 단속이 끝나면 영화가 북한 전역에 퍼질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탈북자 정광일씨는 영화 속 배우의 서투른 북한말 억양, 투박한 노동당 포스터 흉내 등이 북한 주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 북한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하는 탈북자 김성민씨는 영화 ‘인터뷰’를 본 북한 주민 두 명과 접촉했다고 웹사이트에 썼습니다. 그 중 한명은 주인공 미국인이 김정은에게 왜 주민들이 굶고 있냐고 묻는 장면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합니다. (기아가 경제 정책 실패에서 초래됐다는 생각이 북한에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영화는 오직 적개심만 높일 뿐이다. 영화는 북한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라는 북한 주민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이런 주민의 말도 전했습니다. “영화는 김정은을 마치 어린 아이처럼 다룬다. 김정은의 위대함을 교육받아온 우리에게, 그런 장면은 북한 전체를 모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헐리우드가 외국을 비하하는 농담으로 그 나라 국민을 화나게 만든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카자흐스탄 국민을 화나게 한 <보랏>이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랏>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소송 위협을 받기는 했지만, <더 인터뷰>가 당한 것 같은 공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미국은 비밀 자료를 공개하며 북한이 소니 회사의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혐의를 부인하며 소니 해킹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직 영화 <더 인터뷰>는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를 다른 경로로 본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은 엇갈립니다.

보수적인 블로거들과 활동가들은 영화를 지지하지만, 반대쪽에선 영화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배명복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설사 영화가 밀반입돼 북한 주민들이 보게 되더라도 북한 당국이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라고 썼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쓰레기 같은 할리우드 영화”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오히려 할리우드의 영화 수준에 대한 실망과 함께 북한을 업신여기는 미국에 대한 반감만 커질지 모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몇몇 한국 분석가들은 영화 <더 인터뷰>때문에 북한과 미국 사이가 나빠져서 남북관계 회복이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합니다.

이런 소란 와중에 탈북자 박상학씨는 뉴욕 인권 단체의 후원을 받아 영화 <더 인터뷰>의 DVD와 USB를 실은 풍선을 1월말 북한으로 보낼 계획입니다. “이 영화 복제본 1백만개를 뿌리면 북한 정권은 붕괴할 것입니다”라고 박상학 씨는 믿습니다.

1월7일, 북한은 박상학 씨에 대해 “물리적으로 제명될 참담한 공포 속에 보내게 될 것”,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협박이 담긴 통지문을 발표했습니다.

원문출처: 뉴욕타임스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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