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내 메신저를 서비스를 쓰던 한국인들이 외국 서비스로 이탈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카카오톡 이용자가 5만 6천 명 가량 줄었고, 그 사이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 이용자는 65만 8천 명이 늘어났다고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이 밝혔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한국 검찰이 온라인 유언비어와 명예훼손 게시물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한 후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 대검찰청은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이버 전담 수사팀을 설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온라인 소문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뒤 이틀 만에 나온 것입니다.
정부가 사적인 대화 내용을 사찰한다는 우려는 최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압수 수색당해, 약 3천여 명의 지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당국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지며 더 불거졌습니다.
이 사태의 최대 희생자는 다음카카오입니다.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90%는 카카오톡을 설치했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이버 난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의 주가는 이달 초 2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펀드 매니저인 크리스틴 김(30) 씨는 텔레그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외국 플랫폼을 쓰면 정부의 사찰 걱정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텔레그램은 한국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무료 앱 순위 1위 앱이 됐습니다.
한 다국적 기업의 중역인 해리 유(50) 씨도 최근 텔레그램으로 옮겼습니다. 그는 “누군가 내 개인 대화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역풍이 일자 다음카카오측은 10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는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데이터 보관 기간을 종전 1주일에서 3일로 줄이고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등 개인 정보 보안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카카오는 2천1백 건이 넘는 압수 수색 영장을 받았고 접수된 영장 중 75% 이상에 응답했습니다. 또 한국의 가혹한(draconian) 법률인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감청 영장을 60여 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최성진 씨는 “온라인 사찰 문제는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다. 이 사안이 인터넷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개인 대화 내용을 엿보는 것은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자동으로 대화 내용을 삭제해주는 스냅챗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익명 채팅 기능을 선보일 거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트위터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개인 정보 요청 문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군사 독재라는 쓰라린 기억을 지니고 있는 한국인은 특히 정부 사찰에 민감합니다. 비판자들은 정부가 비판 여론을 단속하고 있으며 검찰의 사생활 감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치 자유와 인권 상황을 조사하는 미국 씽크 탱크 <프리덤 하우스>는 한국의 인터넷 상황을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으로 낮춰 점수를 매겼고, 최근 들어 “온라인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고 평했습니다.
언론 자유에 대한 우려는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 일간지 기자를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하면서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세월호 침몰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세간의 소문과 사생활을 언급하며 지난 4월 사고 발생 당시 그녀의 행방을 묻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은 “모독을 받았다는 대통령의 한 마디에 이 난리가 났다”며 “권위적인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을 나라 밖으로 내쫓고 IT산업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이버 사찰 논란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창조 경제”와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검찰은 “카카오톡을 실시간 감청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동걸 동국대 교수는 “국민의 표현 자유보다 대통령 개인의 명예와 정치적 목적이 더 우선시 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카카오톡처럼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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