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명 중 1명은 김 씨이고, 1명은 이 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싸이(박재상) 에 이르기까지 10명 중 한 명은 박 씨이지요. 김 씨, 이 씨, 박 씨 세 성씨만 합쳐도 남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이웃 국가 중국만 해도 흔한 성씨가 100개에 이르고, 일본은 28만 개 성씨를 쓰고 있는데 한국에는 성씨 종류가 왜 이리 드물까요?
가장 먼저 한국 중세 봉건제도를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까지 성씨를 가진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성씨는 왕족이나 양반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였죠. 노예나 백정, 무당, 기생은 물론 상인이나 대장장이, 승려도 성씨를 가지는 사치가 허락되지 않았죠. 성씨를 받는 방법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고려를 세운 왕건은 건국 당시 지방 영주들을 규합하면서 이들의 공헌을 인정하는 방안으로 성씨를 부여했습니다. 과거에 급제해도 성씨를 받을 수 있었지요. 이때까지 성씨는 매우 드물았습니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 성공한 상인들이 몰락한 양반 가문으로부터 족보와 성씨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19세기 말에 와서는 족보 위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에 다다랐습니다. 대가 끊긴 양반 집안도 외부인에게 성씨를 팔았지요.
고대 한국에서 이 씨와 김 씨가 인기많은 성씨였습니다. 6세기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성씨도 일부 있습니다. 중국 한자로 성씨를 적으면서 같은 소리를 내는 성이 많았기에 같은 성이 더라도 지역을 의미하는 본관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김씨의 경우 경주 김씨와 김해 김씨가 있는 식이죠. 성씨가 모두 비슷해 혈통을 확인하는 일이 어려워지자 조선 말기에는 친족결혼을 막기 위해 왕이 동성동본(본관이 같은 사람) 결혼을 금지하기까지 했습니다.
1894년 근대화를 시작한 갑오개혁에서는 일반 백성이 성을 가지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없애버렸습니다. 이때 일반 백성이 우르르 인기 많은 성을 채택했습니다.
오늘날에는 혈통과 족보가 예전만큼 큰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김, 이, 박씨는 여전히 확산 추세인데 귀화하는 중국인, 배트남인, 필리핀인이 새로운 성을 고르면서 인기 많은 김, 이, 박, 최씨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몽골 김씨, 태국 박씨는 귀화자들로 새롭게 태어난 본관입니다. (Economist)
뉴스페퍼민트는 SBS의 콘텐츠 플랫폼 스브스프리미엄(스프)에 뉴욕타임스 칼럼을 한 편씩 선정해 번역하고, 글에 관한 해설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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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언론이 한국인보다 많이 알아
그러게 말이에요!
대단하네요 외국에서 이정도까지 알아보고서 글을 쓰다니...그것도 전문 교수가 아닌 기자의 솜씨라니